변호사 시험 합격을 확인한 다음날인 19일 조영식(앞줄 왼쪽)·경식 남매가 함께 시험공부를 하던 서재에서 부모님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서준영 기자>
아버지 눈물의 뒷바라지‘조영식씨 합격 영광’
20년을 함께하며 ‘자신감 심기’
여동생 경식씨도 ‘합격’겹경사
아들이 붙었다. 제대로 대학공부나 끝내줄까 생각했던, 도대체 법대 공부라는 게 가당키나 한가라고 생각했던 아들 영식(27)이 첫 시도한 변호사 시험에 덜컥 합격해 버린 것이다. 함께 시험을 본 딸 경식(26)도 붙어 말 그대로 ‘겹경사’를 맞았지만 누가 뭐래도 이 감격의 기쁨은 고스란히 아들 몫이다.
20일 공식 발표된 올해 가주변호사 시험 한인 합격자는 대략 211명. 그 수 백명 중 한 명에 지나지 않을 지 모를 영식씨의 합격은 퍼시픽 펠리세이즈의 조원영(58)·미라(49)씨 부부에겐 너무나 특별한 선물이었다.
지난 20년간 이들 부부에게 아들은 늘 살얼음판이었다. 돌을 갓 지난 영식씨가 B.C.G 접종 부작용으로 왼쪽 겨드랑이 살이 곪아 들어가 이를 도려내는 큰 수술을 받고, 그후 다섯 살 때까지 어른들도 견디기 힘든 결핵과의 투병으로 아들의 육체는 물론 정신도 함께 피폐해졌다.
자폐증세로 더 이상 일상 생활이 힘들어질 만큼 마음의 문을 닫은 영식씨는 정상적인 학교생활은 불가능했다.
그래도 아버지는 포기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는 학교 카운셀러로 학교에 눌러 살만큼 영식씨와 함께 지냈다. 당시 운영하던 세탁소도 아내에게 미뤄놓고 그는 아들의 뒷바라지에 매달렸다.
덕분에 영식씨는 뉴욕 소재 유니언 대학을 졸업했고 2002년엔 새크라멘토에 있는 법대에 진학했다. 대학을 졸업 한 것만도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여기에 법대 진학이란 모험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 학기를 마치자마자 영식씨는 과락에 처했고 호된 공부에 안면근육 마비증세까지 왔다.
학교에선 ‘이렇게 심신이 약한 학생에게 더 이상 공부를 가르칠 순 없다’며 데려가라는 통보가 왔다. 이에 원영씨는 학교측에 한 달안에 정상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해놓겠다고 담판을 짓고, 그날로 짐 보따리를 싸서 아들과 함께 먹고, 공부하고, 생활했다.
병원에서도 무조건 쉬어야 한다고 만류했지만 여기서 쉬면 끝이라는 생각에 새벽 4시에 일어나 자정에 잠자리에 드는 강행군이 이어졌다. 덕분에 아들은 법학 공부에 자신감을 얻었고 결국 그는 졸업과 동시에 4개월 남짓한 시험준비로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게다가 동생 경식씨는 법대 졸업생에게는 최고의 영예라는 연방법원(샌디에고 고등법원) 서기에 합격한 터라 집안은 연이어 터지는 경사에 이미 축제분위기였다 .
영식씨는 “혼자 힘으론 여기까지 절대로 올 수 없었을 것”이라며 “자식사랑 하지 않는 부모님들이 없겠지만 아버지가 베푼 사랑은 세상 그 어떤 사랑보다 특별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렇게 기다리던 아들의 합격 소식에 아버지는 울지 않았다.
원영씨는 “아들에게 좋은 성적이나 명예를 주기 위해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다”라며 “20년간 이렇게 매달린 건 아들 혼자서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눈물도 마르나보다. 20년간 아무도 모르게 가슴으로 흘렸을 눈물이 이제는 기쁨의 웃음이 돼 아버지의 눈가를, 입가를 적셨다.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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