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공연이 서울 광화문에서 열렸다. 군 복무로 활동을 중단했던 BTS 멤버들이 전역하자 7인 완전체로 무대에 선 것이다. 이 공연에 대해 세계 주요 언론의 보도가 이어졌고,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 나라로 실황 중계가 됐다고 하니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끈 이벤트였음은 틀림없다.
또 공연을 보기 위해 BTS 팬 아미들이 전 세계에서 몰려왔고, 광화문 부근의 상점들은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고 한다. 점점 더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류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지금은 BTS가 세계적인 영향력을 보이고 있지만 그룹이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걸었던 것은 아니다. BTS는 2013년에 데뷔했는데 당시 한국의 대중음악 신인들이 성공하기 위한 전형적인 방법은 지상파 TV에 나가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BTS가 속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중소 기획사에 불과해 자금과 인력 부족으로 지상파 TV를 통한 대규모 홍보 활동을 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BTS는 유튜브와 X(옛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하는 전략을 썼다. 새로 발표하는 노래뿐 아니라 작업 과정과 일상생활 등 방대한 콘텐츠를 SNS를 통해 꾸준히 공급한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당시 급속히 발전한 인터넷망과 SNS 가입자의 폭발적인 증가에 힘입어 세계적인 팬층을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즉 국내에서 얻은 인기를 바탕으로 세계에 진출하는 전통적인 전략을 쓴 것이 아니라 바로 국제 무대를 공략하는 새로운 전략으로 세계적인 팬들을 확보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좋아야 한다. 가사나 곡 또는 일상생활의 스토리가 세계적으로 공감을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BTS는 노래 가사와 SNS를 통해 세계의 젊은 세대가 공통으로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꿈, 그리고 사랑 등을 솔직하게 표현해 광범위한 공감을 얻는 데 성공했다. 젊은이들뿐 아니라 퇴폐적인 대중문화 대신 자녀들을 위한 건전한 콘텐츠를 갈망하던 부모 세대까지 원군으로 확보한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러한 콘텐츠 대부분이 (적어도 데뷔 초기에는) 한국어로 제작됐다는 사실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세계적 진출을 위해서는 영어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겠지만 언어보다는 진정성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세계의 팬들은 한국어로 만들어진 콘텐츠를 자발적으로 번역하고 공유하며 호응했고, 이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BTS는 세계적으로 성공하게 된다.
이처럼 BTS는 그룹 데뷔 초기 상식과는 다른 전략을 구사했고 그 전략이 성공해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지상파 TV를 뛰어넘고 SNS를 이용한다거나 국내 팬부터 확보하는 전략 대신 바로 지구촌 전체의 젊은이들을 상대하는 전략을 썼다. 어설픈 영어가 진정성 전달에 방해가 될까 한국어를 고집했고, 퇴폐적인 내용 대신 건설적인 콘텐츠로 세계 젊은이들의 공감을 얻고자 했다.
사실 이러한 전략들은 단기적인 인기나 성과를 얻는 데는 불리하다. 하지만 결국 성공해 한류가 전 지구적으로 받아들여지며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됐다.
지금 한국은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모든 분야에서 힘겨운 노력을 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남이 앞서 간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새로운 길을 창조하는 일이다.
BTS가 초기의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남과 다른 전략을 택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객관적인 평가를 한다며 남이 닦아놓은 길로 가라고 강요하는 일이 많다. 특히 정부가 그렇다. 심지어 가장 창의력을 존중해야 할 과학기술 연구에서도 정부 평가는 논문 숫자 같은 객관적인 지표 위주다. 이래서는 진정한 세계 1등이 나오기 어렵다.
우리나라가 여자 골프나 바둑에서 세계 1등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에 담당 부처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농담이 나오는 이유를 곰곰 씹어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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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정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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