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가 지방선거에서부터 시작해서 나치당을 이용해서 착착 정권을 잡아가는 과정을 읽다 보면 그의 타고난 선동술과 권모술수에는 누구나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그가 무대효과 전문가들로부터 대규모의 군중들을 현혹하는 기술까지 열심이 배워서 대중선동 스타일의 면에서는 거의 완벽한 준비를 해놓는데 한가지 중요한 게 빠진 것을 깨닫는다. 군중들의 기를 한곳으로 모을 대상이 확실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상대가 약하고 쉬우면서 효과가 큰 반유태인 슬로건이 정해진다.
필자가 정치분야를 잘 몰라서 한국전문가들의 평을 빌리자면 현 한국 집권세력의 과거사 청산이란 것도 그런 것이 아닌가한다.(히틀러의 예는 필자가 정치슬로건 설정으로 예를 든 것이니까 이걸로 화내시는 분이 없기를 빈다) 상대는 거의 전부 타계해서 고인이 된 이들이라 항변을 못하고, 또 과거사 청산이란 걸로 잘만하면 반대 정치세력들도 기가 죽어 말 못할 드러난 과거일이니까 하기가 쉽다. 또 잘만하면 주요정적에게 상당한 상처를 줄 수 있어 안성맞춤의 목표를 정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과거청산이란 간단하지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필자의 길지 않은 인생역정에서 보아온 정치인들의 바른 길에 대한 평가는 이렇다. 오래 두고 보니 의로운 걸로 보인 이들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고 결점 많은 이들도 상당한 업적을 남긴 걸로 알려진 경우가 생긴다.
우리는 한때 김영삼·김대중씨가 진정으로 민주화에 대한 열정으로 정치투쟁을 하는 걸로 알았던 때가 있었고, 박정희씨는 경제개발이란 허울로 독재유지에만 관심이 있는 줄 알던 때가 있었다.
민주화투쟁에 뛰어든 6.3세대부터 386세대를 잇는 젊은이들이 조국을 위해서란 믿음만 가지고 투쟁을 하는 줄 알고 있었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고 음지가 양지가 되는 세상의 변동을 몇 번 보고난 다음에 느끼는 것은, 정치를 하는 이들이란 원래가 투쟁의 필요에서 투쟁을 한 것이지 “민족과 국가를 위해서”란 것은 그렇게 얘기하는 법이라서 그렇게 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경제를 공부하는 학도들에게는 불 보듯 확실한 그림이 영리하다고 하는 정치인들에게는 안 보이는 것 같아서 얘기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 과거사 청산이란 한번 시작하면 계속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다음에 올 과거사 청산이란 지금 집권세력에서 하고 있는 것 같이 어정쩡하지가 않을 것 같다. 개발독재시절 공안에 잡혀가서 당한 것에 대한 앙심이 여러 386세대들의 동기부여에 한 몫을 한다면, 이다음 과거사 청산 때 지금 혹독한 독재에 신음하고 굶주리고 죽어가는 북한 동포들이 통일 후 과거사 청산 주역으로 나선 다음에는 그 과거사 청산에서 자유로울 정치인들이 지금 집권세력에서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궁금해지는 것이다.
가볍게 남북문제를 얘기하고 있는 정치인들. “김정일은 통이 크다”고 쓴웃음 나오는 얘기를 하는 이들. 이북에서는 모르니까, 유신 때보다 훨씬 더 무서우니까, 말 못하고 일가세습이란 말 안 되는 공산체제에도 좋다 말해가며 살아야하는 굶주리는 동포들이 통일이 된 다음에 하는 과거사청산에서는 무슨 얘기가 나올까. 남한의 좋은 자유와 풍요한 경제의 과실을 향유해가면서, 그들의 어려움을 잘 알면서 그들의 인권에 눈 돌린 오늘의 정치인들. 아마 많이 장래의 과거사 청산을 걱정해야할 사람들이 아닌가한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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