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도미노. 레인보우. 금테주. 쌍끌이. 회오리. 무슨 공통점이 있을까. 한국이 자랑하는 폭탄주의 숱한 변종들이라고 한다.
누가 그랬나. 한국인의 세시(歲時) 풍속은 본래 24절기로 돼 있지만 현대에 들어와 하나가 추가됐다고. 그 추가된 절기는 다름 아닌 권주절(勸酒節)이라고 했던가.
해마다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12월은 직장인들에게 가장 큰 고난의 시간이다. 12월이 되기가 무섭게 한 해를 보내는 모임 스케줄이 빽빽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본래는 한 해가 거의 끝나는 무렵, 그러니까 12월 하순에 주로 시작된 게 송년모임이었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지 12월 달력을 넘기자마자 동창 모임에서 직장, 향우회, 소그룹 모임 등의 송년회가 줄을 잇게 됐다.
이 모임에서 빠지지 않는 게 술이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한 잔이 없을 수 없다. 거기까지는 OK. 문제는 그 다음 수순이다.
변종의 폭탄주가 한 순배 돈다. 그렇게 되면 아무도 그 대열에서 이탈할 수 없다. 속된 말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마신다. 그러다 보면 사람이 술을 마시는지, 술이 사람을 마시는지 분간이 안 되는 경지에 이른다.
그래서 각종 송년모임이 잇단 12월은 권주절이고, 직장인들에게는 연중 최악의 고난시기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마셔대나. 최근의 권위 있는 연구 발표에 따르면 끊임없이 폭탄주의 변형을 개발해온 탓인지 한국인의 위스키 소비량은 단연 전 세계 넘버 1이라고 한다. 그 술 소비량은 그리고 12월 권주절에 절정에 달해 한 해 전체 소비량의 50%에 이른다는 것.
왜 그토록 마셔댈까. 지난 한 해를 잊기 위해서라는 거다. 가령 직장의 송년모임에 갔다고 치자. 할 말은 많다. 그러나 안 하는 게 서로 신상에 좋다. 그러니 말없이 마시는 것이다.
그것도 가능한 빨리 인사불성이 되도록. 폭탄주가 나돌고…. 곧 의식의 필름이 끊어진다. 그리고 산적한 문제를 잊는 것이다. 말 그대로 한 해를 잊는(忘年) 모임이 된 셈이다.
이게 사실은 일본의 풍습이었다. 한 해의 힘들었던 모든 것을 모두 털어 내고 잊기 위해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며 흥청거렸다는 것이다. 천년도 넘은 이런 식의 망년 전통이 일본에서는 사라졌다. 가족끼리 조용히 보내는 게 오늘날 일본의 망년문화다.
그 잘못된 망년문화가 미주 한인사회에까지 침투했다. 12월이 언제부터인지 권주절이 돼 하는 말이다. 조용히 한 해를 돌아보고 새 해를 준비하는 12월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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