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를 보호하려는 한국의 뜨거운 여론이 집단폭행을 낳고 있다. 여론몰이로 누구를 정죄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둘이 다 잘못했는데 한쪽은 영웅으로 받들고 다른 한쪽은 마치 역적이라도 된 듯이 몰아붙이는 것은 공평치 못하다. 취재과정에 잘못이 있다고, 나라의 최고 과학자의 연구 결과에 감히 도전장을 낸다고, 자기의 입장을 발표할 기회도 주지 않고 고양이에 쫓겨 코너에 몰린 쥐로 만드는 것은 인권침해다.
이와 같은 사태는 한국의 과학 발전이나 대외 이미지 조성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실이 밝혀질 수는 없다. 한국의 언론과 여론은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
연구 결과는 아무리 잘된 것이라 하더라도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완전무결한 이론은 없다. 비판이 없으면 발전이 있을 수 없다. 이것이 과학의 원리다. 학술 논문의 오류나 진위는 실험에 사용된 자료와 분석 방법, 결론이나 결과에 대한 학술적 비판, 반론, 토론, 실험의 반복을 통해서 가려지고, 수정되고, 다음단계로 발전된다. 이것은 전문 분야의 학자들이 하는 일이다.
문화방송 PD수첩 제작진은 황 교수팀의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관한 논문 취재과정에서 기자의 영역을 넘었고 윤리관행을 어겼다. 언론이 과학논문에 관한 진위를 가릴 수는 없다. PD수첩 제작진이 언론의 한계를 넘었고, 취재과정에서 강압적 분위기를 조성한 것은 잘못된 일이다.
그러나 연구책임자가 실험과정에서 솔직하지 못했음을 인정했고, 이로 인해 공동 연구자가 결별을 선언한 상황에서, 언론이 논문작성 과정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감히 의심을 한다고, 도전을 한다고, 이들이 여론의 집단적 몰매를 맞는 것은 참으로 잘못된 일이다.
이런 식으로 광고가 끊기고, 제작진이 대기발령을 당하고, 프로그램 자체가 없어지는 일은 지나치다. 이러한 상황들은 논문과 관련된 의혹을 해결하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이번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논문에 관한 문제가 제기된 1차적 책임은 황 교수 연구팀에 있다. 연구팀에 참여한 관련자들이 처음부터 솔직하고, 투명하고, 정직했으면 문제가 이렇게 복잡하게 꼬이지 않았을 것이다. 연구팀에 참여하는 연구원이 난자를 제공했으면 바로 책임연구원인 황 교수에게 알렸어야 했다. 난자를 채취한 병원의 책임자도 이 사실과 함께 난자 제공자들에게 돈을 줬다는 사실을 곧바로 황 교수에게 알렸어야 했다. 황 교수가 비록 늦게 이 사실을 알았다 하더라도 알게 된 즉시 공동연구자에게 알렸어야 했다. 그런데 이러한 일들이 행해지지 않았다. 알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런 일이 없다고 거짓말까지 했다. 이렇게 해서 명예가 실추됐고 논문 제작의 진실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실험과정에 관한 윤리성과 정직성 실패 때문이지 PD 제작팀의 잘못 때문에 논문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것이 아니다.
황 교수팀 논문의 진위와 참 가치는 실험의 반복, 후속논문, 관련논문, 학술적 토론과 정당한 과학적 절차에 의한 검증의 과정을 거쳐 밝혀질 것이다.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타 연구자들에 의해서 가려질 수도 있고, 황 교수 연구팀에 의해서 다시 검증되고 밝혀질 수도 있다.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황 교수팀에 의해서 논문의 진실성, 타당성, 신빙성이 밝혀지기를 바란다.
황우석 교수가 하루속히 건강을 되찾고 연구실에 나와 이 중요한 일에 앞장 서 주길 바란다. 이 일은 보조연구원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니다. 황우석 교수가 나서서 해야 된다. 황우석 교수와 연구원들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조용히 관망하며 성원을 보내는 것이 밖에 있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유의영 칼스테이트 LA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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