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구멍을 한두 개 더 늘려야 한다면, 신발 끈을 맬 때 불편하다면, 허리 주변이 답답하다는 것을 느낀다면 당신의 건강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미국인의 허리둘레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바지 사이즈가 커지고 있다. 이제 ‘허리가 가늘수록 건강한 삶을 산다’는 경구를 되새길 때다. 시사주간지 ‘US뉴스&월드리포트’가 허리의 건강학을 소개했다.
“지방도 지방 나름”… 복부지방은 건강에 치명적
신진대사 장애로 심장병·당뇨·뇌졸중·호흡장애·암 유발
남자 37인치, 여자 31.5인치 넘으면 각별히 주의
관심부족이 가장 큰 원인, 어린이 복부비만도 위험
지난 10년간 일련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허리둘레가 건강과 직결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허리에 낀 지방은 심장병, 당뇨, 뇌졸중, 고혈압, 호흡장애, 암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률을 높이는 것은 당연하다.
종전에는 몸무게가 건강과 관계된다고들 했다. 그러나 최근 연구결과는 단순히 체중이 문제가 아니라 지방이 낀 부위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지방이라고 해서 다 같은 지방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허리에 낀 지방은 내장의 기능을 저하시키고 강력한 화학물질을 분비한다.
이러한 현상은 세포, 장기, 혈관에 변화를 촉발한다. 결국 각종 질환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허리에 지방이 많을수록 이러한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복부지방은 치명적”이라는 인식이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예로부터 날씬한 허리가 이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사냥을 하거나 일을 할 때도 허리가 뚱뚱한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남녀 구분이 없다. 살이 흔들리는 허리는 보기에도 껄끄럽다.
지난 40년간 남자의 평균 허리둘레가 35인치에서 39인치로 늘었다. 여자는 30인치에서 37인치로 증가했다. 국립보건소(National Institute of Health)는 허리둘레가 남자의 경우 37인치, 여자의 경우 31.5인치가 넘으면 경각심을 갖고 생활 자세를 바꾸어야 한다고 경고한다. 미국인 가운데 남자 39%, 여자 60%가 복부비만이다.
이처럼 복부비만이 증가하는 데는 관심부족이 주요한 이유로 지목된다. 대다수 성인들이 복부비만이 심각한 질환을 야기한다는 점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10명 중 6명은 복부비만이 심장병 유발 주요인이라는 것을 모른다. 의사들은 이 사실을 알지만 환자들의 허리둘레를 재는 경우는 17%에 불과하다. 이래저래 문제가 복잡해지고 있다.
영국의 의학저널 ‘랜신’에 발표된 연구논문에 따르면 52개국의 2만7,000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엉덩이와 허리둘레의 비율이 심장병 가능성을 가장 정확히 판별하는 기준으로 나타났다. 허리둘레에는 근육이 없고 지방질만 있기 때문에 발병 가능성을 정확히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들에게도 허리둘레는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허리가 굵으면 고혈압, 콜레스테롤, 인슐린 분비 장애, 신진대사 장애 등을 유발한다. 특히 신진대사 장애는 심장병 발병 가능성을 현저하게 높이고 타입 2 당뇨의 조기발병을 낳는다.
복부비만자는 의료비도 많이 든다. 연간 의료비가 정상인보다 2,600달러나 더 든다. 복부비만은 아래허리 통증을 유발하고 호흡곤란 증세를 야기한다. 또 정상인보다 기침을 자주 하게 하고 나이 들면 걷는 것을 힘들게 한다.
복부지방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신진대사에 상당히 간여한다. 호르몬 활동을 촉진한다. 직접 간으로 향한다. 호르몬은 인슐린에 대한 저항을 높인다. 인슐린 수치가 높아지면 식욕이 강해지고 염분섭취가 늘어난다. 혈압이 올라가고 종국에는 당뇨, 고혈압, 심장병으로 치닫는다.
반면, 엉덩이 지방은 오히려 심장질환을 줄여준다는 연구가 나와 주목된다. 네덜란드 성인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엉덩이 지방이 특히 여성의 경우 심장병 예방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해 초 발표된 연구논문은 성인 남녀 3,000명을 조사한 결과, 복부지방은 신진대사 장애를 유발하는 반면, 엉덩이 지방은 신진대사 장애를 줄이고 심장병 발병 가능성을 줄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엉덩이 지방이 몸에 꼭 좋다는 것을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엉덩이나 정강이 지방이 몸에 나쁜 지방을 저장해, 혈관을 두루 돌아다니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가설엔 설득력이 실린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허리둘레가 자꾸 늘어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게 의사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몸매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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