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선거구 지도 왜곡’… 버지니아 ‘게리맨더링’의 역사
▶ 2000년 주 의회 장악 공화, 당파·인종적 게리맨더링 주도
2020년 비당파 개혁… 2021년 대법원이 현재 선거구 획정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역설이 지금 버지니아에서 벌어지고 있다. 과거 공화당 주도의 게리맨더링에 반대했던 민주당이 지금은 게리맨더링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연방 하원 구도에 영향을 미치게 될 주민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양당 모두 적극적인 찬반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은 선거구 지도를 의도적으로 왜곡해 특정 정당이나 인종 집단에 유리하게 만드는 행위를 말한다. 버지니아는 미국에서 이러한 논란이 가장 오래되고 치열했던 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2000년부터 2026년까지 버지니아 게리맨더링의 역사를 돌아본다.
▲공화당 주도의 게리맨더링 시대
2000년부터 2010년 초반까지, 버지니아 주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은 당파적이고 인종적인 게리맨더링을 주도했다. 특히 2010년 인구조사 이후 그려진 지도는 연방 법원이 ‘인종적 게리맨더링’이라고 위헌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특히 연방하원 3지구(리치몬드, 햄튼 로드)의 경우 흑인 유권자를 과도하게 집중(packing)시켜 민주당 표를 묶어둔 방식이 문제가 됐다. 이로 인해 2010년대 중반 법원이 직접 지도 수정을 지시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당시 민주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정치적 게리맨더링 때문에 정당이 더욱 극단화되고 공통점을 찾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었다. 이에 공화당은 “과거 게리맨더링을 반대했던 그가 지금은 찬성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위선적인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2020년 역사적인 비당파 개혁
2020년 선거에서 버지니아 유권자들은 헌법 개정안(Question 1)을 66%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는 버지니아 정치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이를 통해 ‘버지니아 선거구 재조정 위원회’(Virginia Redistricting Commission)가 신설됐으며 16명의 위원은 주 의원 8명(양당 각 4명), 시민 위원 8명으로 구성된다. 모든 회의는 공개적으로 진행되며 의결은 4분의 3 이상 찬성 등 투명성이 강화됐다. 위원회의 목적은 정치적 게리멘더링을 방지하고 공정한 선거구 지도를 그리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2021년 위원들이 합의에 실패하자 버지니아 대법원은 외부 전문가 도움을 받아 직접 지도를 그렸다. 이것이 지금 사용하는 선거구 지도로, 비교적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2024년 연방 하원 선거에서 민주당 6석, 공화당 5석의 분포를 만들었다.
▲2026년, 민주당과 트럼프의 대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텍사스 등 공화당 우세 지역에서 선거구 재조정을 통해 연방 하원 의석 늘리기에 나서자 버지니아에서 즉각 반격에 나섰다. 주 정부와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은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민주당에 유리한 선거구 재조정을 앞당겨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오는 21일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민주당 의석이 10석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반면 공화당은 정치적 게리맨더링의 부당함을 강조하며 중도층에 호소하고 있다. 과거의 모습과 정반대의 대결구도를 보여주고 있다.
▲연방하원 7지구…한인 유권자 주목
버지니아 한인인구는 8만 명 이상으로 특히 북버지니아 지역에 집중돼 있다. 이번에 선거구 지도가 새로 그려지면 프린스윌리엄·라우든 카운티 등을 포함하는 새로운 연방 하원 7지구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이 지역에는 한인 유권자도 많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정치 참여가 강조되고 있다.
‘견제와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버지니아 유권자들이 과연 이번 주민투표에서 6년 전 선택했던 ‘공정한 선거구’ 원칙을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전국적 당파 전쟁에 동참해 민주당에 유리한 선거구 재조정에 찬성할지, 쉽지 않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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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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