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나시에 내려 릭샤 아저씨를 따라 네번째 숙소에 도착해보니 맘 좋게 생긴 네팔리 아저씨가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다. 반가운 마음에 그 곳에서 묵기로 정하고 간단하게 아침 겸 점심을 한 후 아저씨가 구해준 현지 가이드와 가까운 갠지스 강가의 화장터를 방문했다.
막 태우기 시작한 시체부터 이미 타고난 시체의 재까지 쉴새 없이 운구행렬이 줄을 잇는다. 화장터 주위엔 주인 없는 개들이 어슬렁거리고 불똥 사이로 드러난 비쩍 마른 발이 섬뜩하게 느껴진다. 까만 재가 되고 남은 자리엔 타다 만 시체와 또 다른 시체를 태우기 위한 장작더미가 쌓이고 그들의 죽음에 대한 의식은 끊임없다.
저녁에는 보트를 타고 갠지스 강의 일몰을 보면서 강 주위를 돌아봤다. 한쪽에는 죽은 자를 위해 또 다른 한쪽에는 살아있는 사람의 행복을 기원하는, 삶과 죽음을 위한 의식이 공존하고 있다. 이방인이 바라보는 시선과는 무관한 채 그들은 그들만의 무심한 일상을 치르고 있다.
다음 날은 갠지스 강의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5시 반에 가이드를 깨워 길을 나섰다. 오물과 썩은 시체들이 둥둥 떠다닌다는 갠지스 강에서 이른 새벽부터 사람들은 그 물에 몸을 담그고 의식을 치르느라 분주하다. 강가에 모여든 살아있는 수많은 신들이 그들만의 언어와 몸짓으로 힌두신을 부르며 잠자는 새벽을 깨우고 있다.
강에 풍덩 들어가 몸을 씻는 사람들, 강물을 통에 담아 가는 사람들, 그 물에 빨래하는 사람들, 바닥의 흙으로 직접 주물러 만든 신으로 제단을 쌓는 사람들, 그리고 나처럼 이들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는 이방인들 모두 갠지스 강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강가 바닥에 꽃을 뿌리고 종을 흔들며 신을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묘한 화음을 이루며 힌두교 특유의 음과 색을 만들어낸다. 신을 위한 의식은 그들 삶의 전부이다. 힌두신은 그들 삶 가까이에서 그들과 함께 숨쉬고 있다.
새벽부터 일출을 보며 그들의 신성한 의식을 몰래 훔쳐보던 나는 그들과 함께 했던 신선한 아침이 날쌔고 영악하다는 인도인에 대한 선입견을 무색하게 했다. 감상적인 인도에 대한 상상과는 달리 내가 본 갠지스 강가의 사람들은 그 도시에서 열심히 힌두신을 믿으며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아침에는 바르나시 외곽에 위치한 불교 발상지인 사르나트를 방문하고 오후에는 탄도리 치킨으로 점심을 먹고 도시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갠지스 강을 따라 죽 늘어선 가트 주변을 산책했다. 북쪽의 강가 끝까지 한 시간을 걸어가면서 힌두교인에겐 평생의 소원이 바라나시 강가에서 목욕하는 것이라는 그 강가의 일상을 좀더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다.
한번 보면 반드시 다시 찾는다는 갠지스 강, 바라나시에서 머무르는 내내 이 곳 강가 주변을 서성대며 그들의 일상을 가만히 들쳐본다. 아무리 가까이 가봐도 구정물뿐이고 신성하기는커녕 토악질이 나오려하는데 그런 그 곳에 내 마음이 끌린다. 보는 것만으로도 그 이상의 싸한 감동이 인다.
그들의 삶은 흐르는 갠지스 강처럼 적당히 알아서 간다. 잘 살아도 아니어도 신의 은총일 뿐 거기에 마음 쏟지 않고 타인의 평화와 기쁨을 위해 산다. 화장실을 가도 식당엘 가도 하다 못해 가이드와 흥정을 해도 “If you are happy, I am happy”이다. 얼마냐고 물어도 답은 As you like 좋으실 대로, 적당히 알아서이다. 결정은 순전히 내 몫이다. 얼마를 주든 내가 만족할 만큼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만큼만 받는다는 그들.
인도인의 삶에 대한 여유로움과 모자란 듯 여겨지는 낙천적인 태도는 사람들이 진취적이기보다는 수동적이고 역동적이기보다는 조용하고 무질서함 속에서 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누가 뭐도 느긋하게 모자라는 듯 살아가는 비범함이 있다. 그것이 인도의 힘이고 정신이다. 인도식 백반인 탈리로 저녁을 먹고 바라나시에서의 미션이 성공이었음을 동료들에게 알리는 메일을 때린 후 다음 목적지인 카쥬라호로 가기 위해 또 다시 숨가쁜 야간 열차에 오른다.
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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