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임(편집국 부국장)
하루하루가 금새 지나니 일년도 어느새 지나가버렸다. 가는 해는 무엇이 아쉬운지 자꾸 질척거리며 대형 사고를 치고있다.뉴욕은 한번 터졌다 하면 세계가 놀랄만한 초메가톤급으로 터진다. 2001년 9.11, 2003년 대정전, 2005년인 이번의 메트로폴리탄 교통공사 노조 파업 등, 고래 싸움에 새우만 등터지듯 일반 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대중교통인 버스와 전철이 운행하지 않으니 돈없고 힘없는 소시민들은 출근을 못하고 카풀해서 나가는 차는 도로가 주차장이 되어버리니 출퇴근 시간이 평상시의 두 세배가 보통이고 붐비는 차량 속에 바로 옆에서 벌어지는 접촉사고는 가슴을 서늘하게 했다.그러지 않아도 먹고 살기 힘들어 고달픈 삶이 연말 들어 이런 일이 생기니 각박한 우리의 마음은 더욱 지치고 맥빠진다. 산들바람 기분좋게 부는 가을 다 놔두고 하필 이 추운 겨울날 브루클린 브릿지, 퀸즈보로 브릿지를 걸어서 건너게 하고 아니면 아쉬운 소리 해가며 동료의 차나 생판 남모르는 사람과 등승해 택시를 타게 했냐 말이다. 더구나 뉴욕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이민의 삶도 힘든데 한국민의 자랑이자 긍지인 황우석 박사가 줄기세포 유무 논란에 휩싸이고 2005년 사이언스지 게재 논문 데이터와 사진이 조작되었다 하니 가진 것 없어도 희망 하나로 부러울 것 없던 사람들의 꿈이 마치 바람 빠진 풍선이 되고 말았다.
일반적으로 과학은 가장 정확하고 정직한 진리를 근원으로 하므로 ‘아름다운 과학의 세계’라 했다. 그런데 허구가 본질인 드라마나 소설, 오페라 같은 장르보다 더 소설같고 드라마같은 이야기가 한치의 오차도 없어야 할 실험실에서 나오다니 우리들 모두 무언가 한바탕 악몽을 꾼
듯 하다.뉴욕한인들은 지난 10월19일 한국에서 문을 연 세계 줄기세포 허브(소장 황우석)가 11월1일 미국 지점겸 새로운 실험실 후보지로 캘리포니아와 영국을 언급하자 미국내에서도 난치병 환자 등록에 대한 문의가 쇄도, 파킨슨씨병이나 척수부상자들의 우선 등록환자를 선정하자 11월1일
하루동안 전세계에서 3,000여명이 등록한 사실도 본보 보도를 통해 알고 있다.
한국내 황우석 파문과 뉴욕에서 체감한 교통대란은 한인 비즈니스 연말 경기를 실종시키고 입맛, 살맛까지 없애고 있다. 그런데 이 카오스의 혼돈 중에도 추운 날 찬바람 쌩쌩 부는 이스트 리버 위에 뜬 퀸즈 브릿지
를 건너는 사람들에게 뜨거운 핫 초콜릿을 건네주는 마음이 있었다.
손이 얼고 입과 턱이 얼얼한데 한 손이 건네준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핫 초콜릿은 몇시간씩 길거리를 걷게 한 분노와 원망을 녹여주었을 것이다. 또 무료로 맨하탄까지 밴을 운전하여 교통문제를 해결해주는 봉사자도 있었고 2년 전의 정전때처럼 혼잡하기 이를데없는 사거리에 인간 신호등이 되어 수신호로 막힌 혈로(?)를 뚫어준 사람도 있었다.
개인적인 일을 말하자면 10여년 전 작은 아이가 일곱 여덟살 즈음, 여러 가지로 사는 것이 힘들었었다.
저녁에 엄마의 표정이 어둡다 싶으면 아이는 살짜기 다가와 물었다.
“오늘 힘들었어? 5분만 옆에 있을게”하고 옆으로 다가와 누우며 따스한 등을 대주었다.아이의 따스하고 부드러운 몸을 안으면, 맑고도 달디단 냄새가 코에 들어와 온몸을 감싸며 마음을 붕 뜨게 하여 그 맑은 영혼과 달큰한 몸냄새에 얼마나 다정하고 포근한 위로를 받았는 지 모른다.
세상에 대한 원망, 인간관계의 갈등, 인생에 대한 근원적인 슬픔과 서러움 등 이러한 것들을 스르르 녹여내었다.이번 교통 대란에서도 핫초콜릿을 건네는 그 마음은 갈증나고 무더운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
요 가도 가도 모래뿐인 사막에 피어난 장미꽃이 아니겠는가. 주위가 아무리 몰인정하고 차가워도 빛나는 인생을 만드는 것은 역시 우리 사람들, 일부 사람들로 인해 빚어진 교통대란을 일부 사람들이 다시 풀어주고 있다. 세상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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