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수측 입원비·귀국 비용으로 준것…공금일 경우 횡령·배임 해당
황우석교수의 줄기세포의혹 최종 발표를 내년으로 미룬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서울대 수의대 안에서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고 DNA시료분석 작업을 진행중이다. 연구원들이 27일 건물 주변에서 움츠린채 걸어가고 있다. /이종철기자
황우석 교수가 김선종 박종혁 연구원에게 총 4만 달러(약 4,000만원)라는 적지 않은 돈을 준 것이 밝혀지면서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 교수측은 순수하게 김 연구원을 도운 것이라고 밝혔으나, 돈의 규모나 전달 시점 등으로 볼 때 김 연구원을 회유하거나 모종의 거래를 시도한 게 아닌가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황 교수가 김 연구원에게 준 돈 3만 달러는 11월 15일과 12월 2일 두 차례 나눠 전달됐다. 1차로 2만 달러를 전달한 윤현수 한양대 의대 교수는 11월 12일 미국 피츠버그대 박종혁 연구원으로부터 김 연구원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황 교수에게 알렸더니 치료비로 주라며 경호원을 통해 미화 2만 달러를 보내와 미국 출장 길에 들러 전했다고 말했다.
당시 김 연구원은 10월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논문의 사진조작 사실을 털어놓은 뒤 심리적 압박감으로 쓰러져 병원 치료를 받고 있었다.
나머지 1만 달러는 12월 2일 YTN 기자와 동행한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에 의해 전달됐다. 동행한 YTN 기자는 김 연구원과 인터뷰를 마친 뒤 옆 방에 있던 윤현수, 안규리 교수가 합류해 피자를 먹으며 1시간 가량 얘기를 나눴다면서 이 때 안 교수가 김 연구원 아버지에게 뭔가 건네면서 ‘귀국비용으로 쓰시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밝혔다.
황 교수가 전한 3만 달러는 안 교수, 윤 교수, YTN기자가 1만 달러씩 나눠 갖고 출국했고, 이중 1만 달러는 박 연구원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황 교수측은 당시 김 연구원이 병원에 입원해 있었을 뿐 아니라, 8월 미국으로 간 뒤 10월까지 피츠버그대에서 월급을 받지 못해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한다. 또 피츠버그대 섀튼 교수가 황 교수와 결별을 선언한 직후여서 더 이상 미국에 머물러 있기 어려워 귀국 비용도 필요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3만 달러는 치료비나 귀국비용으로 보기에는 너무 큰 액수인데다, 박 연구원에게도 1만 달러가 주어진 것으로 드러나 이 돈이 연구원들 회유용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김·박 연구원은 YTN 인터뷰에서 PD수첩이 ‘황우석 교수를 죽이러 왔다’고 했다며 강압 취재 사실을 밝혀 황 교수 사태에 반전을 일으켰다.
또 김 연구원은 16일 한국 특파원들과의 인터뷰에서 황 교수가 빨리 귀국해 줄기세포 만드는 것을 도와달라, 그렇지 않으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황 교수가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해가면서까지 돈을 몰래 가져나간 것은 돈을 전달한 목적은 물론, 출처까지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1차로 2만 달러를 전달한 윤 교수는 황 교수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모두 책임지겠다고 해서 세관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따라서 검찰에서 이 돈의 출처와 성격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 변호사는 황 교수가 돈을 줬고 두 교수는 황 교수의 부탁을 받고 전달한 것이므로 외화밀반출에 대한 법적 책임은 황 교수가 져야 한다면서 또 황 교수 개인 돈이 아니라 연구비 등 공금에서 지출된 것이라면 업무상 횡령, 배임 혐의에도 해당한다고 말했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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