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일(우정공무원)
새해들어 “부자 되세요”라는 인사를 강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말을 들으면 상당한 거부감을 느낀다.복이란 아주 좋은 운수를 말함인데 기독교에서도 구약시대는 하나님으로부터 물질적인 은사를 받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신약(예수탄생 이후) 시대는 신앙적인 것을 의미하며 구원의 완성
을 뜻했다.이렇듯 복은 좋은 운수로 칭하여 오다가 언제부터인지 부귀와 물질관(사업번영 및 주급 인상, 사행심의 횡재)으로 변해버렸다. 특히 기복주의화 된지 오래된 기독교의 새해 인사들도 교우지간이나 교인, 목사간에 변해버린 복의 개념으로 ‘복 많이 받으세요’가 전매용어가 되었다.
“부귀와 재물을 다 얻고도 오늘 저녁 네 생명(건강)을 가져가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라는 성경의 가르침은 허공에 메아리처럼 뒷전으로 떠밀려간지 오래인 것 같다.
몇일 전 한미가정연구원장(차호원)이 올린 글 내용에 한국에서 온 부흥목사가 마지막 날 축복기도를 받고 싶은 교인은 봉투에 1,000달러 헌금하라, 내가 귀국하면 축복기도해 주겠다. 단 12사람 이상은 받지 않는다고 했다.미주지역 뿐인가? 한국에서도 대학 입시 때만 되면 입학 특별헌금을 하고 목사로부터 축복기도를 받는 사례가 일반화 되어 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목사들이 있기에 한국교회는 비전이 없다고들 한다.
“교회가 돈 놓고 돈 먹는 곳인가” 아니면 하나님도 ‘어부와 금붕어’의 이솝우화처럼 도깨비 방망이 주인인가? 교회 밖의 여론에 귀를 기울였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민온 후 이곳 생활을 하면서 몸이 아프거나 일터에서 몸을 다쳐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주위사람들을 볼 때 건강이 무엇보다 제일 소중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경험들도 있을 것이다. 필자도 전에 같이 기거하던 사람이 허리를 다친 후 건강이 나빠져 좋은 나라에서 꿈을 접고 귀국하는 것을 보았다. 그의 분들도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오다 이제 겨우 살만 하니 건강에 이상이 왔다면서 걱정이 태산인 한인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복에 대한 속담에도 (1) 복없는 가시내가 봉놋방(주막집 합숙방) 들어가 누워도 고자 곁에 눕는다 (2) 복은 쌍으로 안 오고 화는 홀로 안 온다(화불단행) (3) 복 있는 과부는 앉아도 요강 꼭지에 앉는다 등과 같이 복은 좋거나 나쁜 운수를 말했다.
필자는 건강이라 하면 암행어사 박문수가 떠오른다. 시골 친척집에서 과거준비를 할 때 옆집 여인과 사랑을 하다가 떠나므로 그 여인은 기약없이 수삼년을 매일 아침 정화수를 떠놓고 과거 급제를 칠성님께 빌었다. 그 연유인지 과거 급제한 박문수는 준비시절 사랑을 주고 받은 여인이 궁금하여 초라하고 남루한 거지 행세로 여인의 집을 찾아가 과거에 낙방하여 ‘이 꼴이 되었노라’하며 그간 자초지종을 알렸다.
다 듣고난 여인은 뒷뜰 칠성단을 허물어버리고 만들어 간직하고 있던 새 옷 한 벌을 내놓았다. 그토록 기다리던 여인으로서는 부귀영화의 꿈이 깨져 조금은 실망과 원망의 소리도 나옴직한 가운데 오직 건강하게 돌아왔으니 그 이상 바랄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고 하면서 그동안 이 곳 저 곳 배회하면서 굶주리지나 않았는지 걱정을 해주는 마음에 박 어사는 자신의 짧은 생각이오히려 부끄러웠다고 했다.이런 여인의 마음이 갸륵한지라 부부의 연을 맺고 다음날 교자꾼을 불러 여인을 태우고 암행어사로 변신, 고향으로 금의환향했다고 하는 일화이다.
“부자되세요” “복 많이 받으세요”는 속으로 듣기에 기분 나쁘지 않지만 외형상 어딘지 돈, 돈과 연계되어 속물적인 감이 있으니 장수를 기원하고 화목의 근원인 “건강하세요”의 인사로 올 한 해 사용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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