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LA 권미원 교수, 그녀가 있기에
어엿한 예술장르로 자리매김해 간다
“현대 도시 속의 미술이 ‘공공 미술’(Public Art)입니다. 공공장소에 설치, 전시되는 작품을 지칭하는 것이 일반적이죠. 공공미술과 더불어 ‘장소 지정형 미술’(Site-Specific Art)이란 용어도 함께 사용되고, 지정된 장소의 설치미술이나 장소 자체를 위한 디자인 등을 포함합니다”
UCLA 미술사학과 권미원(44) 부교수의 전공분야는 1945년 이후 컨템포러리 미술사이다. 권 교수는 2002년 MIT 프레스가 출판한 공공미술에 관한 연구서 ‘한 장소 뒤에 다른 장소’ (One Place after Another: Site-Specific Art and Locational Identity)를 발표하면서 학계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이 책은 최근 수십 년간 현대 미술가들과 비평가들의 화두로 등장해온 ‘공공미술’의 장소특성(site-specificity)에 관한 미학적, 사회·정치적 양상에 관한 연구물이다.
쿠바 작가 호르헤 파르도의 작품세계에 초점을 둔 권 교수의 근간 서적 ‘디자인에 관한 디자인들’(Designs on Design: Jorge Pardo’s Customization of Dia)이나 온라인 심포지엄 ‘미래의 뮤지엄들’(Museums of Tomorrow)에 기고한 글을 보나 권 교수의 전공 분야는 모두가 생소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 시대의 미술을 대변한다.
1960년대 후반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용어 ‘공공미술’은 예술의 한 장르로 정착됐다고 말하긴 이르지만 현대인과 가장 가까이 호흡하고 있는 예술이다. 현대인의 고독을 형상화한 조나단 보로프스키의 ‘망치질하는 남자’, 요즘 한국 미술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청계천 상징물 선정 클래스 올덴버그의 설치작품 ‘스프링’(Spring)이 바로 공공미술이다.
현대 미술의 새로운 역사를 기록하는 권 교수는 스스로의 삶 자체가 현대 미술의 다양한 장르를 망라한다. 1983년 UC버클리 건축학 학사, 88년 UC버클리 사진학 석사, 89년 뉴욕 휘트니 뮤지엄 큐레이터 프로그램 이수, 94년 프린스턴대 건축학 석사, 98년 프린스턴대 건축학 역사와 이론 박사가 그녀의 학력이다. 건축과 도시 연구, 미술사, 사진, 공공미술, 비평이론 등 현대 미술의 전 분야를 섭렵한 셈이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의 전 통일원 장관(부총리) 권오기씨와 최영주씨의 장녀인 권 교수는 서울에서 태어나 10세에 도미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돌아간 한국의 문화적 변화와 도시화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는 권 교수는 88올림픽을 통해 정부와 기업의 자본이 송두리째 바꿔놓은 새로운 한국을 기록하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그 당시 권 교수가 카메라에 담은 서울의 실상은 ‘사회학과 건축의 소멸’로 제목 부쳐졌고 권 교수에게 ‘공간과 문화 정체성’이라는 사회이슈에 빠져드는 계기를 제공했다.
97년 UCLA 미술사학과 조교수로 부임했고, 2003-04년 게티 리서치 인스티튜트의 연구원으로 선정돼 신간 프로젝트 ‘환율: 1965년 이후 미술에서의 채무와 의무’(가제)를 겸임했다. 현재 UCLA 미술사학과 부교수를 재직하면서 잡지 ‘악토버’(October)의 이사이자 미술문화비평 저널 ‘다큐먼트’의 발행인이자 편집인을 맡고 있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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