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미래를 궁금해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왜 그런가. 지구상의 모든 동물 가운데 오직 인간만이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동물들에겐 지금 이 순간이 전부일 뿐 과거나 미래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처럼 삶의 시제가 현재형으로 제한된 짐승들에게 미래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 리 없다.
‘미래를 궁금해하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정의에 걸맞게 인간의 가슴속에는 아직 현재화하지 않은 시간의 장막을 들춰 자신과 주변인의 삶을 엿보고 싶은 보편적 충동이 자리잡고 있다.
허블 천체망원경으로 지구로부터 수천 광년 떨어진 우주의 깊고 깊은 속살을 들여다보고 인터넷을 통해 ‘정보의 바다’를 자유자재로 항해하는 첨단 과학시대에 ‘역술원’이나 ‘철학원’들이 끈질기게 명맥을 이어가는 현상이 불가사의하게 보일지 몰라도 인간 심리에 내재된 ‘미래지향적 호기심’의 관점에서 살피면 금방 이해가 간다.
일반적으로 점, 혹은 사주라는 단어를 접하면 왠지 모르게 바람둥이 남편을 둔 비만한 중년 여성이라든지, 수험생 자녀의 모자라는 실력을 운으로 때우려 드는 학부모, 선거를 앞둔 칙칙한 경력의 정치인들부터 떠올리게 되지만 ‘운명의 한 고비’를 훔쳐보려는 사람들의 계층은 의외로 다양하다. 활기 발랄한 젊은 네티즌들도 인터넷의 사주 점방을 자주 드나들고 합리적 사고가 몸에 밴 듯한 서양인들 역시 탄생일의 별자리 변화로 개인의 운세를 풀어주는 호러스코프를 즐겨 읽는다.
미국의 보수진영이 영웅시하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도 점성술사들과 자주 어울렸다. 물론 부인 낸시 여사의 영향 탓이었다.
낸시 여사는 레이건의 1976년도 대선 패배와 1980년도 대선 승리는 물론 취임 69일째 되는 날 발생한 존 힝클리 주니어의 암살기도 등을 족집게처럼 짚어낸 여성 점성술사 조앤 퀴글리에 매료돼 그녀를 자신의 비공식 참모로 기용했다.
낸시는 퀴글리에게 대외비에 속하는 남편의 주간 스케줄을 전화로 몰래 알려준 후 대통령의 야외행사 일정 전체를 그녀의 조언에 따라 결정했다. 이를 알아 챈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은 소련의 정보기관 KGB나 테러조직이 낸시와 퀴글리 사이의 전화 내용을 도청할까 진땀을 흘렸고, 보다 못한 도널드 리건 백악관 비서실장이 대통령에게 ‘안방 단속’을 직언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믿음 좋기로 소문난 조지 부시 대통령은 레이건과 달리 점성술 따위에 관심을 갖지 않겠지만 현재의 답답한 상황만 놓고 보면 정말 점이라도 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올해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의 지위를 잃어버릴 경우 부시 대통령은 임기를 절반 이상 남긴 상태에서 ‘레임 덕’으로 전락하고 만다. 하지만 그에겐 로비스트 잭 아브라모브 스캔들로 수세에 몰린 당을 도울 만한 여력이 없다. 불법도청 파문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총선 압승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이슈들이 그의 손발을 꽁꽁 묶고 있다.
현재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탄핵 위기에 몰렸을 당시 리처드 닉슨이 기록했던 수치보다 낮은 40% 초반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은 정치인들의 점괘다. ‘민심이 천심’이고, 이를 수치화 한 것이 바로 지지율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1946년 7월6일생인 부시 대통령은 올해로 60세를 맞는 베이비부머 1세대 개띠다. 개띠생들에게 2006년은 3년 전에 들어온 ‘삼재’가 나가는 해라고 한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대통령이 쑤는 죽은 결국 국민이 먹을 수밖에 없으니 하는 말이다. 내년엔 제대로 된 밥을 먹을 수 있을까. 대통령의 사주풀이가 맞기를 바란다.
이강규 국제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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