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교실을 통해 알게 된 K씨는 씩씩하고 명랑하게 사는 어머니이다. 고등학생인 아들과 중학생인 딸을 데리고 말 그대로 자녀 교육을 위해 아무도 없는 미국에 둥지를 틀어 셋이서 똘똘 뭉쳐 용감무쌍하게 잘도 살아가는 어머니이다.
까만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하여 “선생니임~” 하는 그녀의 목소리만 들어도 여자 혼자서 삶을 감당하는 것이 참 힘들겠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다. 때로 신뢰할 수 있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은 마음이 들면 “선생님, 마이 바쁘?”하는 이메일로 아니면 마당에 뒹구는 나뭇잎이 가슴에 찡하게 와 닿으면 엄마 생각이 난다며 전화로 주절주절 대는 분위기 만점의 마음이 예쁜 여자이다.
그야말로 미국의 장점을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충분히 살려서 그녀의 씩씩하게 사는 모습이 빛나 보이는 여자이지만 가끔은 힘들다고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하자며 나를 꼬드기는 장난기 가득한 철부지같이 정이 많은 사람이기도 하다.
그녀는 삶의 중대한 결정을 할 때마다 아들과 딸을 불러놓고 ‘이러저러하니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하며 눈물을 뚝뚝 흘려서 자녀들이 오히려 엄마를 다독여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잘 만들고 그런 푼수 같은 자신의 모습이 한심하다고 하소연하는 그런 여자이다. 그러나 자신의 의사 뿐 아니라 자녀의 의사도 존중하며 셋의 의견을 종합해서 마무리를 아주 야무지게 잘해서 자녀 어느 누구든 엄마의 결정을 무조건 따를 수밖에 없는 똑소리나는 어머니이기도 하다.
자녀와 함께 인터넷으로 학교를 찾아 학비와 교과 과정 그리고 그 학교가 자녀와 맞을 것인지 직접 교장을 찾아가 확인하고 상담도 하면서 외곽지의 사립학교를 선택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인지 자녀는 학교에 잘 적응하며 기숙사 생활도 잘 견뎌내고 있다.
주말에는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기숙사로 나르기도 하고 한 가지 악기와 운동도 병행시키면서 학교 외 활동에도 열심이다. 학교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인기짱인 매력적인 여성이다.
방학에는 미국 주류 사회에서 하는 음악 캠프를 인터넷에서 찾아 자녀들을 데리고 다니며 겸해서 멋진 휴가를 갖기도 하는 지혜로운 여자이기도 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총동원해서 죽을힘을 다해 온갖 아이디어로 자녀에게 기억에 남을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며, 자녀가 성장해서 그런 추억을 되새기며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자녀를 위해 몸부림치며 살아도 밉살스럽지 않은 순진한 구석이 있는 여자이다.
언젠가 그녀는 자녀가 다 성장하고 나면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더니 지난번엔 드디어 커뮤니티 칼리지에 등록했다며 이젠 바빠서 연락도 못할 터이니 그리 알라는 경고 아닌 협박에 잘 했다고 말하면서도 왠지 가슴이 뭉클해졌다.
자녀를 그렇게 똑소리 나게 키우니 본인의 삶도 그렇게 열정을 가지고 살았으면 하고 바란다. 설령 공부가 마음처럼 잘 안되고 생각과 영 다르다고 느낄지라도 그럴 수 있다고 받아들이면서 아줌마의 주특기로 그냥 밀어붙이길 바란다.
자녀에게 용기를 주던 것을 생각하며 자신에게 스스로 최면을 걸면서 원하는 길로 힘차게 들어서길 바란다. 그리고 그 결과가 그리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달려온 과정에 기뻐하고 자족하며 훌훌 털고 일어나길 바란다. 그래서 그녀의 그런 반질반질 윤기 나는 용기에 다른 사람들도 힘을 얻어 그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훗날 그렇게 혼신의 힘을 쏟아 키웠던 자녀들이 설령 섭섭하게 했더라도 바보같이 눈물 훔치지 않고 예전처럼 밝고 건강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정말 그렇게 되길 바란다.
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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