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창 오 (우드사이드)
25년을 살아온 부부가 있었다. 어느 날 느닷없이 부부 중 한쪽이 일언반구 상의도 없이 잘 커
가는 자식을 데리고 나가겠다고 한다. 다른 한쪽은 하도 어이가 없어 멍하니 강산만 바라보고
있다. 하고픈 말이 입속에서 뱅뱅 도는데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 배은망덕(背恩忘德), 적반
하장(賊反荷杖).
뉴욕한인회(회장 이경로)는 7일 전반기 제 3차 이사회를 열고 앞으로는 ‘코리안 퍼레이드 주
최는 물론 뉴욕한국일보가 맡아왔던 주관까지 뉴욕한인회가 하기로 했다’고 한다.
적어도 필자가 알기로는 ‘코리안 퍼레이드’는 뉴욕한국일보의 아이디어로 첫 행사를 주관한
후 지금까지 25년을 이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그동안 시행착오도 있었을 것이고 불미스
런 뜬소문도 있었으나 어쨌든 그 긴 세월 동안 대과(大過) 없이 잘 이끌어 왔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뉴욕한인회도 음으로 양으로 많은 협조를 아끼지 않았고 그리하여 두 기관의 관계도 화
합과 단결이라는 고리로 잘 이어져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자세한 내막(이유)은 잘 모르
겠으나 지난 7일 갑자기 지금까지 잘 이어져 온 고리를 끊고 한인회가 단독으로 하겠다는 뉴욕
한인회의 발표를 보고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일까?
개인간에도 기득권을 인정해 주는 법, 최초의 아이디어 제공자가 뉴욕한인회가 아니라 뉴욕한
국일보사라는 것쯤은 만천하가 다 아는 사실인데 이렇듯 기존 기득권을 무시하겠다고 할 수 있
는가? 그리고 25년여 쌓아온 노하우가 있는데 그것도 무시하고 뉴욕한인회에서 단독 주관함으
로써 새로운 시행착오를 일으키지 말라는 법은 없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홀로 서기(?)
하겠다는 이유는 뭘까? 뉴욕한인회는 이같은 일 말고도 급히 해결해야 할 일이 더 많을텐데도
말이다.
비록 교포사회를 대표하는 기관이라 할 지라도 이렇듯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으로 일방
적인 행동을 행해도 되는지 묻고 싶다.
그동안 코리안 퍼레이드는 두 단체가 공동으로 진행해 오면서 보여준 관계는 ‘대화와 타협’
‘화합과 단결’의 좋은 본보기였었는데 한인회 단독 주관으로 인하여 한인사회에 분열과 갈
등, 시기와 증오의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뉴욕한인회는 필요 이상의 욕심을 버리고 건실하고 튼튼한 한인회를 만드는데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줄 안다. 예컨대 전임 회장(김기철) 때는 한인회관 모기지 문제, 한인회비 징수 문제
에 있어 아주 큰 업적을 남긴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경로 회장 취임 후 한인회의 재정상태(회
비 징수문제 포함)가 극도로 악화되어 직원 봉급 지급 문제까지 걱정해야 될 형편이라는 기사
를 본 적이 있다. 솔직히 말해 코리안 퍼레이드 주관 문제가 급한가, 한인회 재정문제 해결이
급한가?
일에는 순서가 있고 완급이 있는 법, 한인회는 퍼레이드 주관 문제 같은 지엽적인 일에 매달일
것이 아니라 만사 제쳐놓고 재정문제 해결 같은 굵직굵직한 사안에 정열과 최선을 다함이 옳다
고 생각한다.
풍전유세(風前柳細) 같은 한인회가 되지 말고 튼실한 한인회를 만들어 놓은 후 이번과 같은 민
감한 사안은 양자가 마주앉아 대화와 타협을 통한, 그리고 순리에 의한 해결 방안을 모색함이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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