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도 그 때만 생각하면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한다.
내가 아마 초등학생이었을 때 우리 아버지가 큰 맘 먹고 우리 다섯식구를 데리고 난생 처음 신촌에 있는 레스토랑이라는 곳에 가서 다섯 개의 돈까스를 시켰다.
그런데 시킨 돈까스는 안 나오고 웨이터가 하얀 접시에 허여물죽한 국을 갖다주는 것이 아닌가. 그 때 난 속으로 굉장히 당황하면서 ‘이게 설마 돈까스는 아니겠지’ 하며 아마도 한국음식처럼 돈까스랑 같이 먹는 국이겠구나 하고 어림잡아 생각했다.
그래서 한 두 세 숟갈 맛을 봤는데 달달하니 맛이 괜찮아서 이제 맛있는 식사를 위해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
그런데 대형사고는 그 때 터졌다. 잠시 후 웨이터가 돈까스를 갖다주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무차별하게 수프 접시를 몽땅 가져가는 것이 아닌가. 우리 다섯 식구는 예상치 못한 수난에 누구 하나, 말 한마디 못하고 그저 쳐다볼 뿐이었다.
아, 그 때 나의 어린 마음속에 받은 충격과 좀 더 맛 좀 볼껄 하는 아쉬움과 그 웨이터에 대한 섭섭한 마음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
옆에 있던 형의 얼굴을 보니 나보다 더 창백해져 있었고 아버지는 괜히 헛기침만 ‘헛헛’ 하고 계셨다.
난생 처음 대하는 음식문화에 익숙해 있지 않은 정말 웃기는 시행착오였다.
여기 다른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한국에서 온 친구와 맨하탄에서 저녁을 먹고 차를 타고 미드타운 터널을 막 빠져 나오는데 있었던 그 친구와의 대화다.
“이상한데, 저 싸인이 무슨 뜻이지?” “왜, 뭐라고 써있는데?” “긴 것은 도시다. 거 참 이름도 희안하게 지었네” “그게 무슨 말이야? 어디에 써있는데?”
내가 친구의 손가락으로 가리킨, 막 터널을 빠져나오자 마자 보인 싸인판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Long Is City” 바로 롱아일랜드 시티를 내 친구는 한국식으로 해석한 거였다. 운전하다가 하도 웃겨서 하마트면 운전대를 놓칠 뻔했던 참 웃기는 일화다.
우리는 누구나 시행착오를 겪는다. 나도 벌써 뉴욕에 11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면서 참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그 중에 가장 내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크레딧이다.
외상을 무척이나 싫어하신 아버지를 꼭 빼닮은 나는 미국에 와서도 신용카드를 만들 생각도 안하고 5년 동안 모든 비용을 그 때 그 때마다 다 현금으로 지불했으니 5년 동안 나의 크레딧은 전혀 쌓이지 않았다.
누군가가 나에게 미국의 크레딧 사회의 중요성을 알려줬더라면 5년이라는 허송세월은 보내지 않았으리라.
미국은 정말로 신용사회라 크레딧이 좋지 않으면 차를 살 때나 집을 살 때, 또 은행에서 론을 빌릴 때도 여러가지 손해와 차별대우를 받기 십상이다. 거의 크레딧이 좋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하늘과 땅 차이다.
혹시 미국에 온지 얼마 안된 사람이 이 글을 읽는다면 하루속히 좋은 크레딧을 쌓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먼저 크레딧 카드를 두 세개 만든 후 좋은 크레딧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모든 Bill을 부지런히 지불하고 하다못해 비디오나 DVD 반납기간도 잘 지켜나가면 본인의 크레딧은 금방 좋은 점수로 쌓이게 될 것이고 그것이 후에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성공은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온다. 그 준비를 위해 오늘도 좋은 크레딧을 쌓아 나가자”
왕영제(플러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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