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김인식 감독은 ‘인화’를 앞세운 야구로 한국을 세계 4강으로 이끌며 세계 최고의 명장으로 떠올랐다.
“미 꺾고 우승”장담 왕정치 감독 완패
김 감독 “이겼지만 일본이 실력 앞서”
‘휴먼야구’의 매스터 김인식 한국 대표팀 감독이 일본의 전설적인 야구영웅을 두 번이나 울렸다.
현역시절 모두 868개의 홈런을 터뜨렸던 오사다하루(왕정치) 일본 대표팀 감독은 선임될 당시부터 요란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미국을 꺾고 우승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인화(人和)를 앞세운 김인식 감독의 ‘믿음의 야구’에 두 번씩이나 눈물을 흘리게 된 것이다.
15일 한-일전이 끝난 뒤 오사다하루 감독은 “도대체 패인이 무엇이냐”, “아직도 일본이 아시아 최고라고 생각하느냐”는 등 가시 돋친 질문에 곤욕을 치렀다. 그러나 최강 미국과 일본을 연파하고 파죽의 6연승으로 준결승에 선착한 김인식 감독은 “선수들이 잘해 준 결과”라고 가벼운 소감으로 평상심을 유지했다.
일본 전 국민의 지대한 관심을 받았던 오사다하루 감독과 2004년 말 뇌졸중으로 쓰러져 한때 병원신세를 진 불편한 몸을 이끌고 국가대표 사령탑이라는 중책을 맡게 된 김인식 감독은 선수 선발과 훈련과정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오사다하루 감독은 대표팀을 구성할 당시 직접 나섰지만 메이저리그의 강타자 히데키 마쓰이(뉴욕 양키스), 다다히토 이구치(시카고 화이트삭스), 조지마(시애틀 매리너스) 등은 끝내 합류를 거부했다. 반면 한인 해외파선수들은 소속팀에서 자신들의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었지만 박찬호(샌디에고)와 이승엽(요미우리), 서재응(LA), 김병현, 김선우(이상 콜로라도), 최희섭(LA) 등이 모두 김인식 감독의 휘하로 모여들었다.
일본전을 이긴 뒤 수훈선수 인터뷰에 나선 대표팀 주장 이종범(기아)은 “김인식 감독님이 선수들을 너무 편안하게 이끌어져 팀 분위기가 좋았고 하나로 뭉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믿음의 야구’ ‘재활공장장’이라고 불리는 김인식 감독은 절대 선수들을 다그치는 스타일이 아니다. ‘말을 강가에 끌고 가도 물을 마시게 할 순 없다’는 지론대로 선수들 스스로 나서게 만드는 스타일이다. 1라운드가 끝난 뒤 피닉스 전지훈련에서 오사다하루 감독이 6일동안 3번씩이나 연습경기를 강행한 반면 김인식 감독은 2번도 많다며 손사래를 쳤다. 일본과 최종 3차전 전날 선수들에게 훈련없이 자유시간을 준 김감독은 16일 샌디에고로 이동한 뒤 또 훈련없이 휴식을 갖기로 했다. “야구 하루 이틀 해? 다들 피곤한데 쉬는 게 낫지”라는 게 그의 정답이다.
허허실실 전법으로 한국야구 101년사를 새롭게 써내려간 김인식 감독은 일본을 두 번씩이나 꺾고 난 뒤에도 겸양의 미덕을 잃지 않았다. 김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회는 리그가 아닌 토너먼트다. 두 세 경기를 이겼다고 금방 레벨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가 두 번 다 이겼지만 저변이나 전반적인 수준은 아직 일본이 앞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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