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클랜드 프로아트 갤러리에서 열린 커뮤니티간 반전평화 관계만들기 대화 장면.
“인권의 꽃 평화의 열매 가득한 그날까지”
반전단체 공동주최 본보 특별후원 ‘커뮤니티간 관계만들기’다짐
캄보디아계 고교생 제레미 쿠스 군은 어머니로부터 전해들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1970년대 캄보디아 킬링필드의 참상을 고발했다. 엘살바도르계 여성언론인 아나 페레즈 씨는 1980년대 엘살바도르를 휩쓴 광란의 내전 체험기를 증언했다.
개성 출신 반전운동가 전순태 씨는 중학생 때 겪은 한국전(19500-1953) 당시 거의 매일같이 당한 융탄폭격에 길들여진 나머지 하루라도 폭격이 없으면 오히려 심심하게 느껴졌을 정도로 인간성이 왜곡되고 황폐화될 수 있음을, 그러므로 그 어떤 성스러운 전쟁도 있을 수 없음을 역설했다. 칠레계 인권운동가 엑토르 살가도 씨는 고교생 시절인 1970년대 군부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정권의 잔인무도한 인권유린에 반기를 들었다 투옥돼 모진 고문을 당하고 감옥살이를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땅에 인권의 꽃 평화의 열매가 가득하기를 갈구했다.
지난 25일 낮 오클랜드 프로아트 갤러리에서 열린 ‘관계만들기(Making Connections)’ 이벤트는 국적과 종교와 피부색을 초월해 전쟁과 고문 등 모든 종류의 폭력을 이땅에서 몰아내는 그날까지 함께 나아가기 위한 언약의 자리이기도 했다. 여러 커뮤니티 청중 약 50명이 자리를 같이한 이 행사는 평화를 위한 한미연대 등 반전평화단체들이 공동주최하고 본보가 특별후원하는 가운데 3월8일부터 4월16일까지 이곳에서 열리는“잊혀진 전쟁 살아있는 기억-어제 안에 오늘”전시회의 일환이었다.
캄보디아계 쿠스 군은 1970년대 캄보디아(당시 국명 크메르)를 킬링필드로 전락시킨 독재자 폴포트 정권의 만행, 아버지의 체포와 사망, 삼촌의 구사일생 탈출 등에 대해 ‘어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 형식으로 들려준 뒤 손수 만든 13분짜리 다큐멘터리 영상자료를 통해 생존자들의 소름끼치는 증언, 죽어서도 정처를 찾지 못한 해골더미 등을 보여줬다. 엘살바도르계 페레즈 씨는 “미국과 소련의 지원을 받는 세력들이 내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8만명 이상 숨졌는데 죽은 자들은 대부분 등교길의 학생, 길가는 시민 등 무고한 사람들이었다”며“소련 붕괴로 내전은 끝났지만 그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고 이를 치유할 해답은 고사하고 치유방법에 대한 제대로 된 질문조차 없다”고 개탄했다.
전순태 씨는 “피난길에 수원에서 본 K-13 전투기 발진기지 활주로 사이로 십자가가 세워진 기도용텐트가 둘 있었는데 전투기 조종사들은 살육비행을 위해 이륙직전에 기도하고 갔다와서 기도를 하더라”며“과연 무엇을 위한 기도였나”라고 반문한 뒤 “역사상 전쟁영웅은 많은데 평화영웅은 드문 이 현실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칠레계 살가도 씨는 자신이 고문을 당했던 형무소 현장과 현지주민들의 증언, 고문책임자에 대한 추적과정 등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곁들여 고문없는 세상의 도래를 소망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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