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야당 불참 속 강행…집권당 압승 예고

태국 정국은 2일 조기 총선 실시에도 불구하고 혼미가 가중되고 있다.
탁신 치나왓 총리는 1월 자신의 기업인 친코퍼레이션 지분을 매각하며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733억 바트(약 1조8,500억 원)를 챙긴 사실이 알려진 뒤 사임 압력이 거세지자 위기 타개책으로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 카드를 꺼냈다.

탁신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집권 타이락타이당이 유효 투표의 50% 이상을 얻지 못하면 사임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타이락타이당은 하원 총의석 500석 가운데 과반인 377석을 차지했다.

2일 투표는 민주당을 비롯해 차타이, 마하촌 등 야3당의 전면 보이콧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하지만 반 탁신 시위를 이끌고 있는 시민단체 연합인 ‘국민 민주주의 연대’(PAD)는 시민들에게 총선에 반대하는 표시로 투표 당일 검은 옷을 착용토록 독려하는 등 투쟁을 계속했다.

오후 3시 투표 종료 직후에는 이슬람 분리주의자들의 저항이 거센 남부 나라티와트 주의 투표소 3곳에서 폭탄이 터져 군경 5명이 부상했다.

태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4일 개표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타이락타이당은 하원 500석 가운데 절반을 훨씬 뛰어 넘는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야당이 불참한 ‘반쪽 총선’으로 인해 적잖은 의석에 공석(空席)이 생길 것으로 예상돼 총리 선출과 내각 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법률상 500명 의원(지역구 400명ㆍ정당 득표율에 따른 비례대표 100명)이 모두 선출되지 않으면 총리 선출과 내각 구성을 할 수 없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타이락타이당 지역구 후보자 400명 가운데 65% 이상이 단독 입후보했는데 이들은 최소 유권자의 20% 이상을 득표해야 적법하게 당선된다.

전문가들은 이들 후보 중 25~45명 정도는 ‘20% 이상 득표’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2~3 차례 보궐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파리냐 테와나루미트쿨 타마사트대 법학과 교수는 이번 총선에서 최대 46석까지 공석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복수 후보가 출마한 지역구 중에서 상당수 후보가 여당에 매수된 ‘위장 출마자’라고 주장했다. 선관위도 총선 출마자 1,108명(18개 정당) 가운데 353명에 대해 부적격 후보인지 여부를 가려줄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혀 정국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싱크탱크인 태국개발조사연구소 찰롱폽 수상깐 소장은 선거를 계기로 탁신 총리를 지지하는 농촌 주민과 반 탁신 중심세력인 도시민 간 분열의 골이 너무 깊어져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이 개입해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