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 의해 살해된 알렉산더 윤(10)군이 다니던 3가 초등학교 4학년 영재클래스 급우들이 알렉스군이 쓴 동화책이 놓인 책상위에 조화를 놓으며 윤군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남편 방화로 자녀 잃은 어머니의 오열
“옷 사주고 책 사준다는 이야기에 따라 나가던 아이들 모습이 눈에 선해요. 그런데 그게 마지막이었다니…” 남편의 끔찍한 차량방화로 하루아침에 두 자녀를 잃은 부인 마모씨는 지난 3일 밤 자택에서 기자와 만나 사건 후의 참담함을 눈물과 함께 토로했다. 지난 2일 오후 자녀들의 사망소식을 전해들은 뒤 식음을 전폐하며 슬픔에 빠져있는 마씨는 자녀들의 사진과 아들 알렉산더의 학교 친구들이 보낸 위로 편지를 들여다보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마씨는 “아이들이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웠을까”를 반복하다 “엄마 편 들었다가 죽음을 당했을 것”이라며 끝내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다음은 마씨와의 일문일답. 마씨는 사진 촬영은 사양했다.
본보 마씨 자택 인터뷰
얘들 옷 사준다며 데리고 나가
“얼마나 무서웠을까…”마지막 모습 아른
남편은 툭하면 불지르겠다 협박
-사건 당일 상황을 얘기해 달라.
▲2일 오전 11시 15분께 남편이 가게에 찾아와 딸에게는 옷을, 아들에게는 책을 사 준다며 데리고 나갔다. 아이들이 평소에 아빠를 따르지 않았지만 모처럼 선물을 사준다는 말에 따라 나갔다. 그게 마지막일 줄이야. 지금 생각해보면 남편의 욱하는 성질에 아이들과 다투다 이같이 끔찍한 일을 저지른 것 같다. 개솔린을 차안에 넣고 다닌 것을 보면 정말 불을 지르려고 한 것 같다.
-남편은 어떤 사람인가.
▲13년 전 결혼한 남편은 원래도 욱하는 성격이 있었고 감정조절을 못했다.
3년전 비즈니스가 어려워지면서 성격이 악화되면서 나에게 손찌검하는 것은 예사였고, 아이들을 함부로 대해 가정불화가 심해졌다.
-평소 남편의 가정폭력이 심했나.
▲2년 전 심하게 맞아 견디다 못해 경찰에 신고했다. 남편은 경찰에 체포됐고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다. 분노 조절 클래스에도 등록했지만 오히려 역효과였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했지만 남편은 툭하면 온갖 욕설과 함께 “죽여버린다” 혹은 “가게를 불질러 버리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 작년 11월에도 구타당해 경찰에 신고했었다. 이혼을 생각해 봤지만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사람에게 이혼 이야기를 꺼내기가 두려웠다.
-아이들과 아빠의 관계는 어땠나.
▲아이들도 아빠를 무서워했고, 싫어했다. 결국 2~3개월 전부터 별거에 들어갔고, 떨어져 살면서 아빠 밑에서 늘 주눅들어 있던 아이들이 조금씩 웃음을 되찾았다. 딸 아이 생일이 오는 24일인데 생일도 못 챙겨 주고 보내다니…
-별거 후 남편은 어땠나.
▲남편은 하루가 멀다하고 가게로 찾아와 돈을 요구하고 “가게를 불질러 버리겠다”고 협박했다. 또 아이들에겐 “왜 엄마하고만 사느냐”고 윽박지르곤 했다. 남편이 무서워 현재 거주지와 전화번호도 남편 모르게 했다.
-현재 심경은.
▲오랫동안 남편에게 시달려 “언젠가 내가 죽겠구나”하는 생각을 해왔지만 자신의 피붙이에게 그런 짓을 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이들이 남편에 의해 강제로 떠밀려 차안에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는 얘기를 듣고) 얼마나 무섭고 끔찍했을까… 우리 아이들 불쌍해서 어떡하나. 인간으로서 저지를 수 없는 짓을 한 남편은 천벌을 받을 사람이다.
-집안에 아이들 짐과 옷이 많은데.
▲아이들 물건을 보면 금방이라도 재잘거리며 아이들이 돌아올 것만 같다. 아이들 없이 앞으로 어떻게 혼자 살아가나…
<홍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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