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9년 샌프란시스코에는 이런 시 조례가 있었다.
“마차 한 대를 쓰는 세탁소는 3개월에 2달러를 낼 것, 두 대 쓰는 세탁소는 4달러를 낼 것. 마차를 쓰지 않는 세탁소는 15달러를 낼 것”
당시에는 세탁소에 세탁물을 맡기면 마차로 배달을 해주었던 모양이다. 세탁소 규모가 크면 마차가 여럿 필요할 테니 소위 영업세가 그만큼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런데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마차를 쓰지 않는 세탁소에 대해 몇 배에 달하는 벌금을 매긴 일이다. 이런 이상한 법의 배경에는 중국인들이 있었다. 중국인들이 세탁업에 종사하면서 돈을 벌자 이를 ‘합법적’으로 방해하려고 만들어진 법이 이 ‘세탁법’이다.
중국인들은 묵묵히 일을 열심히 할 뿐 아니라 배달 때도 마차를 쓰지 않고 물지게 지듯 세탁물을 긴 막대에 매달아 배달했다. 마차 운영비용이 들지 않는 만큼 세탁비를 깎아주고 해서 비즈니스가 잘 되자 기존의 세탁업자들이 반발을 하고 나선 것. 시 정부는 시민들의 ‘중국인 혐오증’ 비위를 맞추느라 이런 법까지 만들었다. 15달러면 당시로서는 세탁소 수입의 25%에 달하는 액수였다니 보통 과중한 벌금이 아니다.
그런 핍박을 받으면서도 중국인 세탁업자들은 꿋꿋하게 생업을 지킨 모양이다. 세탁기가 처음 발명되자 세탁기에 쫓겨 중국인이 도망가는 그림이 광고 포스터로 등장했다.
“이 기계만 있으면 세탁일 하는 중국인들을 캘리포니아에서 몰아내 중국으로 보낼 수 있다”는 선전이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었다니 당시 중국인들에 대한 차별이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이 간다. 그 즈음 생긴 것이 연방의회가 제정한 ‘중국인 배척법’이었다.
10일 미 전국의 대도시에서 이민개혁 촉구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이 날은 이민자 옹호단체들이 정한 ‘전국 이민정의 행동의 날’- 뉴욕, LA, 휴스턴, 달라스, 애틀랜타… 전국 60여개 도시에서 150만명이 시위에 참가한 것으로 추산되었다. 이에 앞서 몇주 전 시위에서는 LA, 시카고 등 대도시에서 각각 50만명씩 모였다.
이제까지 없는 듯 음지에 숨어 있던 불법체류자들이 이민옹호단체들을 중심으로 한 히스패닉 커뮤니티의 적극적 후원 하에 전면에 나섰다. 불법체류자들까지 자기 권리를 요구하고 나서는 모습을 보며 “미국은 역시 이민자들의 천국이다”는 말들을 한다.
하지만 미국의 이민 역사를 보면 천만의 말씀이다. 어느 이민집단도 차별과 편견을 거치지 않고 환영받은 적이 없다.
지금은 백인으로 분류되어 기득권 집단에 속하는 유럽인들도 이민 초기에는 엄청난 어려움들을 겪었다. 예를 들어 19세기 중반에는 아이리시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이 심했다. 업소들은 구인광고를 내면서도 공공연히 ‘아이리시는 사절’이라고 못 박았다. 아이리시의 빨간 머리는 경멸의 대상이었다.
히스패닉의 ‘갈색 물결’이 이민 개혁을 요구하며 전국을 휩쓸고 있다. 히스패닉의 민권운동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사회가 또 하나의 전환점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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