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의회의 부활절 휴가가 끝나는 다음 주부터 이민법 개정을 둘러싼 상원의 논의가 재개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민법 개혁의 핵심이랄 수 있는 불법체류자 구제 여부를 놓고 실타래처럼 뒤엉킨 이해관계를 좇아 여야 의원들이 사분오열된 상태이기 때문에 타협의 실마리를 찾기가 그리 쉬울 것 같지 않다.
장외 움직임도 꽤나 부산스럽다. 히스패닉이 주축이 된 노동계와 이민관련 단체들은 5월1일을 ‘총파업의 날’로 이미 예고해 놓은 상태다. 노동집약적 산업과 3-D 업종의 버팀목으로 성장한 히스패닉의 ‘파워’와 ‘존재 이유’를 알리려는 시도다.
국론 역시 이념과 지역, 이해 관계에 따라 불법체류자 사면 지지와 반대로 나뉘었다. 세계의 접경국들 가운데 소득 격차가 가장 큰 이웃인 미국과 멕시코 사이의 국민 감정도 점차 거칠어지고 있다.
그러나 어지러운 주변 정황에 아랑곳없이 이민법 개혁작업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이달 초 연방 상원에서 여야가 어렵사리 이민법 절충안에 합의하긴 했지만 주요 내용을 계속 재수정하려는 공화당과 이를 차단하려는 민주당의 충돌로 법안 통과로 연결되지 못했다. 설사 상원이 의회가 하계 휴회에 들어가기 앞서 새로운 포괄적 수정안을 표결처리 한다 해도 불법이민자들은 물론 이들을 돕는 개인과 단체를 중범으로 처벌한다는 하원안과의 절충작업을 거쳐야 하니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힘겨워도 이번 기회에 이민법 개혁을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 1,200만명을 헤아리는 불법체류자들의 처리 기준을 명확히 정해 놓아야 예상되는 인종 갈등과 노동시장의 혼란에 대비할 수 있다.
두말할 나위 없이 불법이민은 범법행위다. 그러나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이들을 무조건 내몰기보다는 엄격한 조건을 달아 포용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도 보탬이 된다.
이들이 온갖 고난과 위험을 감수해 가며 미국행을 택한 이유는 “보다 나은 삶에 대한 기대와 희망” 때문이다. 개정 이민법이 단속에만 주력해 구제의 길을 터주지 않는다면 이들을 움직이던 ‘희망의 동력’은 십중팔구 ‘절망의 파괴력’으로 변질될 것이다.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이같은 시나리오가 이미 현실로 드러났다.
다른 서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이들 두 나라의 이민정책은 대단히 폐쇄적이다.
단속에 주안점을 둔 프랑스의 이민정책은 사회 편입기회를 박탈당한 ‘이방인들’을 위험스런 주변 집단으로 만들고 말았다. 지난해 발생한 프랑스 인종폭동의 주역이 온기 없는 이민정책의 최대 피해자인 무슬림들이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의 이민정책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불법이민을 차단해 가며 부족한 일손을 확보하는 방안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던 독일 정부는 국내에서 일하는 해외 근로자들에게 영주권을 발급해 주는 묘안을 짜냈으나 외국인 등록률이 저조해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지고 말았다.
미국의 그린 카드제를 본 딴 독일의 영주권 제도가 예상 밖의 결과를 낳은 가장 큰 이유는 초청 이민자들의 시민권 취득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해 놓았기 때문이었다. 자신과 자신의 후손을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에서 미래의 꿈을 키우려는 사람이 없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불법이민자들은 분명 반갑지 않은 불청객들이다. 그러나 이들에 관한 미국의 정책 주조는 ‘미워도 다시 한번’이 되어야 한다. 얄밉고 괘씸하더라도 엄격한 조건을 달아 일정 자격을 갖춘 서류미비 외국인들에게 사회의 일원이 될 기회를 터주는 쪽으로 이민개혁법 논의가 가닥을 잡아가길 바란다.
이강규 국제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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