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나 콜루미언은 9학년이다. 마리아나는 또래와 마찬가지로 술이나 마약에 손대지 말라고 귀가 따갑게 들었다. 미국 학생들은 이런 ‘경고’를 너무 많이 들어 술과 마약 문제는 더 이상 없을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마리아나에게도 그럴 것 같다. 하지만 마리아나가 접하는 현실은 조금 달랐다. 학교에서 배운 것과 집의 환경은 꼭 일치하지 않았다. “집에서 아버지, 어머니에게 술 마시는 게 나쁘다고 학교에서 배웠다고 하면, 부모님은 그것을 잘 알고 있지만 가끔 마시는 것은 괜찮다고 한다”며 이론과 현실의 괴리에 헷갈려 했다. 마리아나는 술에 대한 부모의 생각에 동조하게 됐다. 자신도 나이가 더 들면 가끔 술을 마실 것이라고 했다. 학교에서 받은 교육에 금이 가고 있다. 술과 마약 교육이 학교보다는 집에서 더 효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현실과 괴리 심해 학생들에 판단 기준 제공 못해
술 한 잔 한 아버지에게 “아빠, 마약 했어?” 묻기도
82% 운영불구 공립 35%, 사립 13%만 “효과적” 판정
전국 최대 프로그램‘DARE’ 연간예산 최대 10억달러
술이든 약이든 무조건 금지하는 학교 프로그램보다는 상황에 맞는 적절한 조절능력을 키우는 게 오히려 현실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학교의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단순화해 개개인의 다른 상황에 적절히 부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2002년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각급교의 82%가 마약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전문가들에게서 효과적인 평가를 받은 곳은 공립교 35%, 사립교 1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전문가들은 학교의 프로그램이 학생들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다고 했다. 프로그램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인식을 심어주어 어린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사실’과 학생들이 나중에 발견하는 ‘사실’이 달라 학교 교육의 신뢰성이 훼손되기도 한다. DARE 프로그램 강사로 나온 경찰이 주말에 볼링장에 한 쪽에서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본 학생들이 무슨 생각을 할 것인가?
술을 마시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는 식으로 배운 학생들이 집에서 아버지가 가볍게 술을 마시는 것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 밖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고 들어 온 아버지에게 “아빠 마약 했어?”라고 물어보는 학생들도 있다는 얘기는 씁쓸한 뒷맛을 남기게 한다. 한잔 술과 폭음, 마약복용을 뭉뚱그려 가르치는 프로그램의 맹점이기도 하다.
그래도 전국의 학교들은 이 프로그램에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 붓고 있다. 16주 동안 진행되는 DARE(Drug Abuse Resistance Education) 프로그램만 해도 연간 7억5,000만~10억달러가 소요된다.
DARE 프로그램은 아직 인기가 많다. 지역 경찰이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생생한 경험담을 들려준다. 각급교의 70%가 이를 운영한다. 연방교유구가 2001년 승인한 프로그램 명단에서 DARE를 제외했는데도 말이다. 지역 정부에서 재원이 마련되면 연방정부 승인 명단에 있든 없든 상관없다.
DARE 프로그램을 지지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켄터키대학의 리처드 클레이튼 교수는 “DARE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날에는 학생들의 출석률이 높다”며 “이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으면 그 내용을 개선해야지 프로그램 자체를 폐지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클레이튼 교수는 아직은 가장 기반이 탄탄한 프로그램이라고 덧붙였다.
학부모들도 같은 입장이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또래의 압력으로 인해 마약에 손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DARE 프로그램 덕에 이러한 위험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어린 학생들이 술과 마약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는 예방적 프로그램으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부모의 믿음과 달리 실제 DARE 프로그램이 학생들을 술과 마약으로부터 지켜내지 못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12학생의 마약 사용 통계를 보면, 1976년 58%에서 1980년 68%로 높아졌다가 1992년 40%로 줄었다. 그리고 1998년 다시 60%대에 진입했다가 최근 몇 년 간 52%로 감소했다. 클레이튼 교수는 “통계수치가 오르락내리락했고 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고 했다.
클레이튼 교수팀이 5년, 10년 기간으로 나눠 연구한 바에 따르면 DARE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이나 그렇지 않은 학생이나 마약과 관련한 행동에서 주목할 만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의 스티브 웨스트 연구팀도 DARE 프로그램의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그저 예방 차원에서 마련된 프로그램에 막대한 예산과 시간을 투입하는 것은 낭비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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