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밖에 거대한 거울 설치해 햇빛 차단
성층권 유황 분사… 구름·하얀 섬 만들어 반사율 높여
해초 대량 생성, 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빨아들여
“환경조작은 예기치 않은 부작용 야기 위험” 지적도
그러나 지금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지구온난화 문제가 심각한 수위에 올라 있기 때문에 과거 귀퉁이에 내팽겨 친 아이디어들을 다시금 논의의 중심에 옮겨다 놓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적인 과학자들 가운데서 이러한 주장이 나오고 있어 더욱 흥미를 끈다. 상황반전 그 자체다.
이들 과학자들은 만일 지구에 무슨 불상사가 닥칠 경우에 대비해 그 동안 외면당해 온 이 아이디어들을 다시 논의하자고 각국 정부와 과학자들에게 촉구했다. 국립과학아카데미 회장 랄프 시세론 박사는 “다른 연구 과제와 마찬가지로 이들 아이디어를 다룰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아이디어의 공통점은 인간과 지구의 필요에 따라 지구환경을 조종 또는 조작하는 것이다. 일명 ‘지구엔지니어링’(geoengineering)으로 불린다. 대기 화학자인 시세론 박사는 지구엔지니어링이 중요한 화두가 돼야 한다고 유명 과학자들에게 거듭 역설했다.
애리조나대학의 저명한 천문학자인 로저 엔젤 박사는 지난 4월 열린 국립과학아카데미 연례회의에서 희한한 구상을 공개했다. 작은 렌즈들을 무수히 많이 만들어 햇빛을 차단하자고 했다. 엔젤 박사가 제시한 렌즈의 크기는 직경 2피트이고 아주 얇다. 무게는 나비보다 가볍게 만들자고 했다. 이 렌즈를 수조 개 만들어 지구 궤도에 풀어놓자고 했다.
공장에서 뿜어 나오는 개스가 지구 오존층 파괴한다는 것을 입증해 1995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독일의 폴 크루첸 박사는 성층권에 유황을 주입해 지구 온도를 낮추자고 제안했다. 시세론 박사는 지구 엔지니어링이 지구온난화 해결을 위한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세론 박사는 빙하가 녹고, 가뭄이 극심하며 해수면이 높아지고 해안 범람이 잦은 현상을 감안할 때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앙이 오지 말란 법이 없으니 생존을 위해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의를 환기했다.
그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 가운데 합리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솎아내기 위해서라도 소위 ‘기괴한 아이디어들’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논의가 활성화해야 한다는 게 시세론 박사의 견해다. 그러나 지구엔지니어링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터무니없는 아이디어에 엄청난 돈을 들일 이유가 없다고 맞선다. 그래도 지구엔지니어링 연구는 계속된다.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입을 닥치라”는 비아냥거림도 있지만 지구엔지니어링에 대한 과학자들의 관심과 논의는 지칠 줄 모른다.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가 햇빛의 70%를 흡수하고 30%를 우주로 되돌린다고 주장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햇빛 반사율을 조금만 늘려도 지구온난화를 해결할 수도 있다는 이론이 파생된다. 컬럼비아대학의 왈라스 브뢰커 박사는 화산이 폭발하면서 하늘에 개스를 뿌리듯 성층권에 유황을 뿌려 햇빛 반사율을 높이자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선 수백 대의 점보비행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산성비의 부작용이 우려된다.
햇빛 반사율을 높이기 위해 바다에 낮게 뜬 구름에 소금물을 안개처럼 뿌리는 방안도 제기됐다. 햇빛을 많이 반사시키기 위해 사막에 필름을 깔자는 아이디어도 나왔고 대양 한가운데 하얀 인공 섬을 만들자는 기발한 견해도 있다.
바다에 철분을 주입해 광범위한 지역에 해초를 생성시킨 후 이 해초들이 열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를 먹어치우도록 하자는 학자도 있다. 그래서 이산화탄소를 심해 바닥에 꽁꽁 묶어두자는 것이다.
지구엔지니어링 반대자들은 이 실험적 아이디어들은 그 부작용을 알 수 없고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작함으로써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보다는 지구온난화를 야기하는 원인을 제거하는 쪽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불확실한 데 도박하느니 확실한 데 투자하는 게 현명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구엔지니어링 지지자들은 이미 인간이 지구 환경을 많이 바꾸어놓았다며 지구엔지니어링을 현명하게 하는 것은 시도해볼만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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