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식 한 가지! 공화당이 드디어 비용을 낮출 방안을 찾아냈다. 마치 마술을 부리듯 값비싼 모든 예산 항목을 무료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이것이 지난주 화요일 회계법을 비틀어가며 가까스로 상원을 통과한 공화당의 초대형 예산안이 주는 교훈이다.
공화당의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은 무지막지한 메디케이드와 푸드스탬프 예산 삭감, 에너지 가격 인상, 수 조 달러에 달하는 추가 적자 등 인기없는 내용을 수두룩하게 담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OBBB가 인기가 바닥권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듯 보인다. 언론에게 법안의 내용을 파악할 틈조차 주지 않은 채 속도감있게 밀어붙이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언론의 연장선은 유권자와 연결된다.)
또한 대통령과 공화당은 지난 몇 주동안 의회예산국(CBO)과 합동조세위원회 등 법안이 가져올 결과의 분석과 전망을 전문으로 하는 비정파 기구를 상대로 흑색 비방전을 펼쳤다. 지난 일요일, 공화당 의원들은 상원 의사규칙 담당관(parliamentarian)이 가장 최근에 내린 예산안 비용 관련 결정을 듣지 않으려고 애써 그녀를 피했다.
그 다음날인 월요일, 공화당 의원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이들은 표결을 통해 법안 비용이나 상원 의사규칙 담당관의 결정에 신경을 쓰는 듯한 시늉마저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그들은 대부분의 법조항이 따로 예산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공화당의 설명은 이렇다: 포괄적 예산안에 포함된 세금 조항만으로도 향후 10년에 걸쳐 4조5,000억 달러가 필요하다. 그러나 공화당은 “세금 패키지 가운데 (3조6,000억 달러에 달하는) 대다수의 조항은 비용을 계상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공화당이 지난 2017년에 통과시킨 유사한 감세 조항들이 올해말로 종료되는데 이미 감세조치에 익숙해진 납세자들이 새 예산안에 담긴 낮은 세율의 연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필자가 전에 설명했듯, 예산은 그런 식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넷플릭스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청하는데 익숙해졌다 해서 구독을 갱신하는데 돈이 안드는 것은 아니다. 스타벅스의 프라푸치노를 맛있게 마셨다 해서 다음번 커피가 무료로 주어지지는 않는다. 커피를 한잔 더 마실 때마다 값을 치러야 한다. 혹은 현재 타고 있는 차의 리스가 만료된 경우 이미 그 자동차를 갖고 있는데 익숙해졌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것처럼 말하는 것과 같다.
이런 논리 아래서는 다음주 받을 주급의 전액을 (의회가 그랬듯이) 다른 경비로 배정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미 익숙해진 탓에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상품의 비용을 예산안에 따로 배정할 필요가 없다는 억지 논리다.
이처럼 거의 알려지지 않은 회계 기법을 논의하는 이유는 2017년 공화당이 역진적인 감세 패키지를 통과시키면서 이를 영구화하는 대신 2025년에 ‘종료’되도록 계획했기 때문이다. 물론 감세 비용이 적게 보이도록 만들려는 의도였다. 감세조항의 시효가 끝났을 때 어떻게 할지, 비용은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는 내일의 문제였다.
그런데 바로 그 내일이 당도했다. 그리고 공화당 지도자들의 해법은 단순히 장부를 조작하는 게 아니라 감세안이 이미 미래 예산에 반영된 것처럼 가장함으로써 아예 장부 자체를 불태워버리는 것이다.
한편 상황을 잘 알고 있을 터인 공화당 의원들은 현재 벌어지는 일에 대해 대중에게 노골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 지난 월요일, 블룸버그 TV에 출연한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자신을 ‘재정 매파’로 소개한 후 “모두가 예산안 처리를 국가부채를 축소하기 위한 출발선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통을 자처하는 행정부 안의 다른 보좌관들도 비슷한 주장을 내놓았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아마도 이런 논평을 듣지 못했거나 재정적자보다 자신들이 보험을 잃을 가능성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웠을지 모른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런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바로 채권시장이다.
수 십년 동안 미국 재무부 채권은 가장 안전한 투자처로 간주됐다. 우리가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막대한 적자를 쌓아올렸음에도 국채에 대한 평가는 바뀌지 않았다. 대책 없는 적자는 본질적으로 위험성이 없는 것으로 간주되는 국가채의 특징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세계의 투자자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우리에게 기꺼이 돈을 빌려주었다. 우리가 끝내 부채를 갚을 것으로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류가 바뀌고 있다. 지난 5월, 주요 신용평가기관들 가운데 마지막으로 미국 부채가 위험하지 않다고 평했던 무디스마저 미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했다. 무디스는 의회가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무료’라고 주장하는 값비싼 세금감면안을 연장할 것이라는 예상을 신용등급 강등 결정의 이유로 제시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실시된 미국 재무부 채권 정기 경매는 난항을 겪었다. 우리에게 돈을 빌려주겠다는 매입자들의 수가 예상보다 훨씬 적었다. 이는 OBBB와 잔뜩 부풀어 오른 미국의 부채에 관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는 광범위한 해석을 낳았다.
공화당의 회계 꼼수는 모호해 보일지 모르지만 앞으로 의회가 어려운 예산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관한 소름돋는 전례를 만든다. 채권 투자자들에게 이는 대단히 엄중한 경고신호다. 전에도 우리는 적자를 통제하는데 그다지 진지하지 않았는지 모른다. 그러나 최소한 부채를 정확하게 집계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말조차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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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람펠 /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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