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유전자 지도 만든 과학자의 이색 주장
국립 게놈지도 연구프로젝트 디렉터 콜린스 박사
연구원 550명, 연간 예산 4억8,000만달러 관리
새 책 ‘신의 언어’에서 과학과 종교의 화해 촉구
진화도 지구에 다양한 생명체 있게 한 ‘신의 작품’
“줄기세포 연구와 인간 존엄성은 대립개념 아니다”
심장병으로 죽어 가는 여성이 의사에게 물었다. “당신은 예수를 믿습니까?” 의사 프랜시스 콜린스(56)는 이 여성에 연민의 정을 느낄 뿐이었다. 예일대학에서 화학박사 학위를 받고 임상훈련을 거쳐 의사가 됐다. 과학에 정진해 온 사람이다. 그러나 여성 환자의 표현이 하도 진지해 콜린스는 고민하게 됐다.
환자는 죽었다. 콜린스는 인간 유전자 게놈지도를 작성했다. 이를 두고 클린턴 대통령을 찾아갔다. 의미와 파장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인적이 드문 산 속의 들판에 갔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예수를 만났다고 했다.
콜린스는 정상의 과학자다. 그가 크리스천이 됐다. 콜린스는 국립 인간게놈지도 연구프로젝트 디렉터다. 이 연방 정부 프로젝트에는 550명이 매달려 있다. 연간 예산이 4억8,000만달러다. 인간 유전자 연구에 총본산이다. 이 곳을 관장하는 사람이다.
콜린스는 최근 ‘The Language of God’란 책을 출간했다. 신앙의 증거를 제시하는 과학자란 부제를 달고 있다. 그는 과학과 신앙이 결코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소위 ‘진화론’과 ‘지적 창조론’이 서로 충돌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줄기세포 연구’와 ‘인간의 존엄성’도 반드시 서로 반대편에 놓고 싸울 게 아니라고 했다.
콜린스는 이 둘 사이에서 갈등을 느끼지 않는다. 진화를 믿으면서 부활도 믿는다. 십자가가 양각된 은반지를 끼고 유전자가 이중 나선으로 그려진 식탁에서 저녁식사를 한다. 종교와 과학의 가운데서 조화를 모색한다.
그는 동료 과학자들에게 “과학으로 풀 수 있는 이슈만이 탐구할 가치가 있다는 오만한 생각을 버려라”고 당부했다. 동시에 동료 신앙인들에게 “이 세상에 대해서 배우고 탐구하는 것이 결코 신성모독 행위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콜린스는 다음과 같이 속마음을 육성으로 녹음했다. “과학은 신에 의해 위협받지 않는다. 오히려 강화된다. 분명 신은 과학에 의해 위협받지 않는다. 신은 과학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더 이상 싸우지 말자는 것이 그의 논지의 핵심이다.
하지만 콜린스의 주장에 순순히 말을 들을 사람들이 아니다. 미국인 절반 이상은 성경에 적힌 대로 믿는다.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고 믿는다. 일부 기독교인들은 콜린스가 성경의 창세기 내용을 하나의 우화에 불과하다고 보는 시각을 강력히 비난한다. “인간은 성경 말씀대로 먼지에서 왔다가 먼지로 돌아간다”고 주장한다.
한편 상당수 과학자들은 종교와 과학의 양립 가능성을 수긍하지 않는다. 진화론을 배격한다. 과학의 기초 위에 신의 영역을 마련하려는 의도일 뿐이라고 폄훼한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허버트 하우프만 박사는 “지구 궤도에 핑크색 코끼리 70마리가 빙빙 돌고 있다고 말은 할 수 있지만 이는 과학이 아니다”고 종교와 과학의 조화 가능성을 전면 부정했다.
그러나 한편에는 보수주의적인 기독교인인 콜린스의 주장이라서 무게가 실린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콜린의 주장을 귀담아 들을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콜린스는 16세에 대학에 들어갔다. 신에 대해서 별 생각이 없었다. 종교는 바보들을 위한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의사생활을 하면서, 특히 죽을병에 걸린 환자가 종교의 힘으로 마음의 평안을 회복하는 것을 목격하고는 갈등했다.
콜린스는 진화론을 믿는다. 그러나 이 진화 자체도 신의 계획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진화를 이 지구에 다양한 생명체가 공존하도록 하기 위한 논리적이고 우아한 계획으로 본다. 그리고 신이 장구한 세월에 걸쳐 유전자 변형을 가능하게 했고 인간을 다른 생물과 차별화해 선악을 판별할 능력을 불어넣었으며 박애정신, 영적 갈망 등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물론 콜린스는 자신의 이러한 가설을 과학적으로 증명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종교와 과학 사이에서 그 조화의 길을 나름대로 찾은 것이다. 140억년 전 우주 대폭발이 있었다고 하지만 그 전에는 무엇이었는가 하는 질문에 답은 없다. 그리고 빅뱅을 일으킬 만한 힘은 어디에서 유래했는지에 대해서도 과학계에서는 답을 내지 못한다. 그러므로 이를 신의 계획으로 설명한다고 한들 콜린스에게는 하등 문제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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