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라 오는 무언가 보다 낫게 해보고 싶은 정열이 배우로서의 자신을 밀고가는 추진력이라고 말했다.
“나아지고 싶은 정열이 나를 이끄는 원동력”
캐나다 태생의 한국인 배우 샌드라 오가 골든그로브 TV 드라마 부문 조연상을 탄 의료 드라마 시리즈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의 세번째 시즌 첫 회가 지난 21일 방영됐다. 이 시리즈는 두번째 시즌까지 매주 일요일에 방영됐는데 이번 시즌부터 가장 경쟁이 심한 목요일 황금시간대로 옮겨져 방영된다. 첫 회를 본 전미 시청자수는 2,500만명으로 같은 시간에 방영된 지금까지 시청률 제1위인 CBS-TV의 ‘CSI’(2,200만명 시청)를 누르고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그레이 아나토미’는 시애틀 그레이스 병원에서 일하는 외과 인턴들의 이야기로 샌드라는 성공적인 외과의가 되려는 야심에 찬 크리스티나 양으로 나온다. 드라마의 세번째 시즌 방영에 앞서 지난달 18일 샌드라 오와 베벌리힐스의 리전트 베벌리 윌셔호텔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기자는 1995년 샌드라가 자기 출세작이 된 ‘이중의 행복’을 홍보하기 위해 LA에 왔을 때 처음 본 뒤 몇 차례 만났는데 이 날 본 샌드라는 10여년 전에 비해 훨씬 성숙됐고 아름다웠다. 샌드라는 질문에 화려한 제스처를 써가며 위트 있고 지적인 달변으로 답변을 했다.
-어떻게 해서 이 드라마에 나오게 됐는가.
▲TV 작품에는 HBO의 ‘알리스’ 이후 출연을 중단했고 그동안 영화에도 별로 많이 나오지 않아서 다시 일하고 싶었다. 그리고 좋은 각본과 함께 제작자와 감독에 의해 내가 사랑과 존경을 받는다고 느껴 출연키로 했다.
-’사이드웨이드즈’로 크게 인정받은 뒤 TV 시리즈에 나오면 영화 출연에 제약을 받지 않는가.
▲‘그레이 아나토미’에 나오기로 한 것은 극중 나의 역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영화에 나올 기회가 있기를 바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TV는 영화보다 여자들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 많고 또 여성 팬들의 관심사에 신경을 쓰고 있다.
-왜 특히 이 시리즈가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다고 보는가.
▲사람들이 ‘리얼리티 TV’에 싫증을 느낀 데다가 그동안 별로 좋은 드라마가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타이밍이 잘 맞은 것이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순간적으로 황당무계한 코미디였다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게 되는 비극으로 변하는 특별한 개성을 지닌 것도 인기의 한 이유라고 본다.
-극중 의사들이 병원 내 사람들과 개인적 관계를 맺는 것이 마치 배우들이 세트에서 만나 개인적 관계를 갖게 되는 것과 비슷한데.
▲연기와 의료활동은 모두 고도로 감정적 직업이다. 나는 배우와 외과의사들이 매우 닮았다고 느낀다.
-배우생활을 시작했을 때 커다란 목표가 있었는가.
▲배우로서 좌절감을 대처하려면 마음에 한두 가지 철학을 제외하곤 어떤 아이디어를 갖지 않아야 한다. 내 목표는 탐 크루즈와 공연하거나 또는 대형 액션 영화에 나오는 것이라고 정했다가는 십중팔구 실망하고 좌절하게 마련이다. 나는 내 일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을 규칙으로 삼고 있다.
-극중 당신의 인물을 좋아하며 연결감을 느끼는가.
▲나는 크리스티나역 하는 게 정말 좋다. 그녀는 현실의 나와 다르기 때문에 더 그렇다. 내가 크리스티나역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은 그녀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는 여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그렇지 않다.
-몇 년 전 한국에 가서 찍기로 했던 ‘버터 냄새’(냄새를 한국말로 발음했다)는 어떻게 되었는가.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이틀 전 돈을 대기로 한 사람이 물러서는 바람에 무산됐다. 독립영화 세계란 그런 것이다. 영화를 기획했던 그레이스 리가 크게 실망했었다.
-당신은 주류 영화계로 진출한 몇 안 되는 아시아계로서 커뮤니티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는가.
▲난 지금까지 한번도 막중한 책임이라는 말을 해본 적이 없다. 나는 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그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내 일에서 최선을 다 함으로써 그 책임을 지고 가겠다.
-‘종합병원’ 등 왜 미국 사람들이 의료 쇼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가.
▲형사물이나 법정 드라마처럼 의료 드라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접 경험한 일과 만나본 사람들의 이야기여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병원은 드라마의 매우 자연스러운 장소이기도 하다.
-당신은 틈나는 대로 뉴욕서 연극에도 나오는데 그런 추진력이 어디서 나오는가.
▲무언가 조금 더 낫게 하고픈 정열이다.
-당신은 가장 유명한 한국계 배우이고 이 쇼는 한국에서도 방영되는데 한국 팬들에게 한 마디 해 달라.
▲(한국에서도 방영된다는 말에 두 팔을 공중으로 내저으며) 예이! 내 쇼를 즐겁게 봐 주기를 바란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한국인으로 테두리를 짓는 것을 꺼려하는 인상이었다).
-당신이 의사역을 맡은 뒤로 진짜 의사들이 당신을 대하는 것이 과거와 달라졌는가.
▲내가 뉴욕서 연극에 나올 때 눈에 이상이 있어 병원에 갔는데 기다리지도 않고 즉시 의사가 봐줬다. 많은 의사들이 자기 경험을 얘기하며 드라마 소재로 쓸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사이드웨이즈’의 감독 알렉산더 페인과) 이혼 후 마음은 많이 치유됐으며 다시 데이트를 하고 있는가.
▲지난 2년간 너무 힘들었다. 매우 도전적이요 훌륭한 2년으로 내 일과 가족과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지금 나 자신에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이혼과 일이란 모두 생의 순간일 뿐으로 그것으로 스스로를 정의 내릴 수는 없다. 현재로선 데이트할 시간이 없다. 그러나 나는 건강한 인간이니 언젠가 데이트를 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요즘 TV를 보면 한국계 배우들이 몇 명 나오는데 한국 커뮤니티와의 관계는.
▲예이! 비백인이라는 사실에 대해 얼마든지 토론할 시간이 있다. 인종의 벽을 허무는 싸움은 결코 중단할 수 없다. 요즘 TV를 보면 5명의 한국계 배우들이 큰 역을 맡고 있는데 신나는 일로 이들의 업적이 앞으로 인종 벽을 허무는데 영향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사람들이 점점 마음 문을 열고 있다. 나는 얼마 전 아시안 남자 배우가 나오는 새 쇼의 광고를 봤는데 그가 나온다는 이유 하나로라도 난 그 쇼를 보겠다.
샌드라의 다음 영화는 중국, 남아공 및 몬트리올을 무대로 전개되는 에이즈의 현실을 다룬 3편의 얘기를 묶은 ‘3개의 바늘’(3 Needles). 이 영화는 오는 12월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개봉된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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