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후반 실리콘밸리에 벤처 회사를 설립한 한 공과대학 교수가 회사경영에서 직원들을 격려하고 그들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일이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공학박사 대학교수가 회사 경영에 대한 의욕과 성취욕을 소유하는 것과 사람들을 관리, 통솔하는 managerial position이라는 직무가 요구하는 자질을 갖추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그 사람이 경영일선에서 직원들을 편애하지 않고 상호협조의 환경을 조성해낼 수 있을지, 아니면 마시맬로 매니저가 되어서 당장 벌어지는 불편한 인간관계를 모면하기 위해 미래를 계획하지 못하는 무능한 경영인이 될지는 사실 회사운영권을 맡기기 전에는 좀처럼 밝히기 힘들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녀가 가령 의료분야에 강한 의욕을 나타내 보인다 해도 그가 플로어 로테이션이나 인턴과정에서 불편한 인간관계를 처리하는 대인관계 스킬, 정기적인 케이스 컨퍼런스에서 자신의 의사를 논리적으로 피력하는 커뮤니케이션 스킬, 상명하복의 조직 속에서 스트레스를 처리해내는 정서적 스킬, 환자의 기분에 귀 기울이는 감정이입, 그리고 장차 개업하였을 때 의사로서의 윤리와 고결성을 유지하는 치료사가 될지는 실제상황이 벌어지기 전에는 잘 알 길이 없다.
부모들은 흔히 적성검사, 흥미분야검사를 통해서 자녀들의 전공을 결정하고자 의뢰해 오는데 자녀들의 전공을 결정할 때 교수, 경영인, 의사와 같은 특정직업의 겉으로 드러난 모습에만 의존하지 말고 학생이 선망하는 직업과 학생의 가치관(자의식, 소명, 성취욕, 동기부여, 개인이 지닌 능력과 그 능력에 대한 믿음 등)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선택을 주문한다. 그래서 자녀의 전공에 관심을 가진 부모라면 자녀의 직업적 가치관을 파악해 내는 일이 전공 선택에서 우선하여야 하겠는데 지금 학계에 나와 있는 다양한 검사자료로 자녀의 적성, 흥미, 성취도 등을 알아보고자 할 때 다음 사항을 유의하였으면 한다.
우선 학생이 흥미를 보이는 분야를 곧 전공으로 선택해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흥미는 성장과정에서 부모와 환경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서 형성된다. 자신이 자주 접해 본 분야에 생겨나는 것으로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던 자녀라면 아마 컴퓨터 분야를 전공하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부모가 음악회나 건축 공사현장에 자주 데리고 다녔다면 그는 아마 다른 전공을 대학에서 택하고자 할 것이다.
두 번째로 흔히 적성을 나타내 보이는 전공을 선택하면 장차 그 직업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나 직업에서의 성공은 인지능력과 정서능력 두 가지가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그래서 자녀가 특정 전문직업의 고유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하는데 이 부분은 학생의 주관적 판단으로 이루어지는 적성검사, 흥미검사로만 결정하지 말고 좀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자녀가 적성과 흥미를 보이는 분야를 일단 파악한 다음 적성, 흥미분야 직업이 요구하는 자질을 자녀가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지 현장체험을 해보도록 한다. 고등학교 11, 12학년, 또는 대학 1, 2학년 동안에 두 군데 정도 그룹 활동, 자원봉사, 인턴을 해 보는 방법을 고려하였으면 한다. 양로원이나 장애인 센터에 자원하여서 아픈 사람을 간호하거나 책을 읽어주는 일이 어떤 느낌을 주는지, 그룹 활동에서 간부회의에 나가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발표할 때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뜻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또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일이 어떤 기분으로 다가오는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실제상황을 통하여 체험해보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선택한 전공은 직업적 가치관과 일치하며 성공이 좀 더 명확하다.
(213)234-8268
리차드 손 <임상심리학 박사·PsychSpecialists,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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