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멕시코의 샌 앤토니오에서 10여 마일을 가면 미국에서 아마도 가장 방문하기 어려운 장소가 나온다. 보통 사람들은 허허벌판의 사막 한가운데를 굳이 찾아갈 일도 별로 없겠지만 가고 싶어도 일년에 두 번밖에는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매년 4월과 10월의 첫 번째 토요일에만 방문이 허용되는 곳, 트리니티 사이트이다. ‘삼위일체’라는 뜻의 ‘트리니티’를 암호명으로 60년 전 그곳에서는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었다. 선사시대의 인류가 불을 발견하면서 문명시대로 들어섰다면, 정확히 61년전 그곳에서는 지구 최초로 원자폭탄 실험이 실시되면서 인류는 핵 시대로 들어섰다.
북한의 핵실험을 두고 설이 구구하다. 핵실험이 진짜였는지, 가짜 실험으로 허풍을 떤 것인지, 혹은 실험은 진짜였지만 실패한 것이었는지를 둘러싼 추측성 논란들이다.
지난 9일 북한이 ‘핵실험에 성공했다’는 발표를 했을 때만해도 한반도 주변국가들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전 세계 분위기는 얼음같이 얼어붙었다. 예측을 불허하는 ‘막가파’식 북한이 핵을 가진다면 조만간 지구상의 핵 질서는 무너질 테고 대혼란이 뒤따를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었다.
핵실험 발표 후 며칠이 지난 지금은 어딘가 미심쩍다는 분위기이다. 보통 지하 핵실험을 하면 주변의 땅이 꺼지거나 큰 구덩이가 생기는 등 지형 변화가 불가피한 데 아직 눈에 띄는 변화가 관측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핵’ 하면 따라다니는 것이 방사능인데 방사능 수치도 그대로이니 미스터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는 물론 일본측도 방사능 누출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조사하고 있지만 별 변화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방사능대책연락회의는 11일 자위대 항공기를 동해로 보내 대기 중의 분진을 채취해 방사능의 누출 여부를 조사했지만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핵은 가공할 위력으로 인류를 위한 긍정적 에너지가 될 수 있지만 늘 따라다니는 문제가 방사능이다. 핵실험 50년, 60년이 지나도 그림자처럼 남아있는 것이 방사능이다.
1945년 7월16일 인류 최초의 핵실험이 실시된 트리니티 사이트가 일년에 두 번밖에 일반에 공개를 하지 않는 것도 방사능 때문이다. 많이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방사능 오염이 완전히 가시지 않아서 ‘위험 부담은 각자의 몫’으로 되어 있다.
모래뿐인 사막 한가운데의 트리니티 사이트에서 정말 핵실험이 실시되었는지를 무엇으로 믿을 수 있을까. 60년 세월과 바람 속에 모든 것이 사라졌지만 한가지 남아있는 것이 있다.
트리니타이트라고 명명된 푸른빛 도는 녹색의 조약돌들. 이 특이한 조약돌들은 지구상 어디에도 없는 것들이다. 원자폭탄 폭발 당시 발생한 열이 사막의 모래를 녹여 유리처럼 만들면서 생긴 유리돌들이다. 보석처럼 아름다운 돌들이지만 가져갈 수는 없다. 방사능이 여전히 남아있어 만지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오늘 북한의 핵 위협도 따지고 보면 미국의 뉴멕시코 사막에서 잉태되었다고 할수 있다. 미국이 핵실험에 열을 올리던 1948년 당시 미국의 한 장성이 경고한 말이 지금도 적용된다.
“오늘 우리의 세상은 핵으로는 거인이고 윤리로는 유아인 세상이다. 평화보다는 전쟁, 삶보다는 살상을 더 잘 아는 세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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