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는 이상적인 나라를 소국과민(小國寡民)이라고 했다. 작은 나라 적은 백성이다. 백성이 적어서 특별히 통치할 일도, 통치 받을 일도 없이 오순도순 사는 나라이다. 그래서 층층이 계급 만들어 관리들을 쓸 필요도 없고, 갑옷과 군대가 있다한들 진을 칠 필요도 없는 나라이다. 사는 그 곳이 안락하니 백성들은 배나 수레가 있어도 딱히 갈 곳이 없으며 멀리 이사를 갈 필요도 못 느끼는 그런 나라를 노자는 꿈꿨다.
사람이 태어나서 살고 가는 삶이 그렇게 평화로워야 할 텐데 노자 이후 2,500년 동안 인류가 키워온 문명은 그 반대이다. 나라는 커야 하고 국민은 많아야 하며 군대는 강해야 하고 무기는 핵무기까지 갖춰야 이웃 나라로부터 위협받지 않고 사는 세상이 되었다.
소국과민의 정반대 모델인 미국의 인구가 17일 서부시간 오전 4시46분을 기해 3억명을 넘어섰다. 1915년 1억이었던 인구가 52년 후인 1967년 2억이 되더니, 그로부터 39년만에 3억을 돌파했다.
‘미국 인구 3억’ 보도가 나오자 모두 궁금해하는 것이 있다. 누가 그 3억 번째의 인물이냐는 것이다. 어느 도시, 어느 병원에서 태어난 아기인지, 아니면 어느 공항 통해 들어온 어느 나라 이민자인지를 알고 싶어한다.
그 영광스런 인물에게 “당신이 미국의 3억번째 국민입니다” 하고 화환이라도 걸어줄 법한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은 불가능하다. 미국 대륙 내의 구석구석에 위치한 수많은 병원들, 그리고 알래스카, 하와이까지 살피며 출생 시간에 맞춰 인구 카운트다운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멕시코 국경에서 몰래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들까지 다 포함해 외국인들의 미국 입국 시간을 따져 몇 번째 국민인지 순서를 매긴다는 것은 더 더욱 불가능하다.
‘인구 3억’은 국민들의 머릿수를 세어서 나온 숫자가 아니다. 연방 인구조사국의 인구시계가 3억을 넘어섰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연방 인구조사국은 미국 인구를 매순간 통계로 잡는 인구시계를 가동하고 있다. 그 통계에 따르면 17일 아침에 3억을 넘은 인구가 오후에는 이미 수천명 더 늘어 있다. 서부시간 오후 4시15분 현재 미국의 인구는 3억3,673명이다. 인구조사국 웹페이지(www.census.gov)에 가서 인구시계를 보면 실시간 인구를 알 수 있다.
인구시계의 원리는 간단하다. 인구 증가율을 적용해 시계처럼 재깍재깍 늘어나는 인구를 더하며 숫자를 바꿔 가는 것이다. 2000년 센서스 기준, 미국에서는 매 7초마다 한 명씩 태어나고 매 13초마다 한 명씩 사망하며 매 31초마다 한 명씩 불법이든 합법이든 이민을 온다. 그래서 매 11초마다 한 명씩 인구가 증가한다는 계산이다.
미국 인구 2억 돌파의 주인공은 1967년 11월20일 조지아, 애틀랜타에서 태어난 로버트 우라는 사내아이로 꼽혀왔다. 아마도 인구시계가 2억을 치던 순간, 그 시간에 태어난 아기들을 수소문해서 찾아낸 주인공일 것이다. 하지만 그도 정확하다고는 볼 수 없다. 통계로 잡히지 않은 어느 외딴 지역에서 태어난 아기가 진짜 2억번째였을 수도 있다.
이번에도 인구시계가 ‘300,000,000’을 친 순간에 가장 근접하게 태어난 아기를 찾느라 병원마다 수소문하는 호들갑이 벌어질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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