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가주에 있는 명문 사립대인 옥시덴탈 칼리지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전교생이 1,800명 밖에 안되는 작은 대학으로 큰 사립대에 비해 일반인들에게 덜 알려진 대학이다. 그러나 규모만 작을 뿐이지 대학의 역사(119년)와 학생들의 수준, 교수진, 졸업생들의 사회 진출에 있어서는 결코 어느 명문 사립대학에 뒤떨어지지 않는 전통 깊은 문리과 대학이다. 그날 마침 대학 입학사정 책임자와 동석하게 되어 평소에 궁금했던 질문을 하였다.
“대부분의 사립 대학에서는 지원생마다 교사 두 사람과 카운슬러 한 사람의 추천서를 합해서 모두 3 개의 추천서를 요구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각 대학마다 지원자수의 세배가 되는 추천서를 읽는 셈입니다. 대학에 따라서 수천장에서 수만장이 되는 엄청난 수의 추천서를 읽어야 하는데 과연 그많은 추천서를 일일히 읽고 있는지요?”라는 것이 내 질문이었다.
“추천서를 다 읽느냐구요? 다른 대학에 대해서는 내가 말할 수 없지만, 우리 대학에서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지원생마다 제출하는 3개의 추천서를 자세히 읽습니다. 그냥 읽는 것이 아니라 밑줄을 긋고, 하이라이트로 강조하면서 읽습니다”라는 것이 사정책임자의 대답이었다.
신입생 입학자격을 심사하는 기준은 대학마다 매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요즈음에는 많은 대학에서 성적위주로 신입생을 선정하는 대신, 전인적 발달에 중점을 두고 입학사정을 한다는 방침을 택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GPA와 SAT 점수 외에 학생들이 쓰는 에세이와 교사들이 쓰는 추천서의 비중이 높아지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추천서를 받을 수 있을까? 우선 추천서를 써줄 선생님을 선택해야한다. 현재 12학년 학생들이라면, 올해 선생님이나 지난해 11학년 교사 중에서 자신을 잘 알고 호의적으로 추천서를 써줄 교사를 선택해서 될 수 있는대로 일찍이 요청해야 한다. 적어도 2주 내지 3주 정도 시간 여유를 두고 부탁하는 것이 예의이다. 선택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보다는 주요 학과를 가르치는 교사에게 부탁하는 것이 더 낫다. 물론 체육을 전공하고 싶은 학생은 코치에게, 미술을 전공하고 싶은 학생은 미술교사에게 추천서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
너무 많은 학생들로부터 추천서 부탁을 받을 경우에는, 교사에 따라서 학생 스스로 추천서를 써오라고 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엄밀하게 말해서, 자신을 가장 잘 알고있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므로, 이런 경우에는 교사가 쓰는 것보다 더 구체적이고 실감있는 ‘추천서’를 써보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신의 학문적 열정과 가능성, 지난 4년동안 봉사와 클럽활동을 통해서 성숙하게 자란 자신의 모습, 자신의 책임감, 성실성, 도전성, 사교성을 구체적인 예를 들면서 쓰면, 막연히 이 학생은 좋은 학생이라고 써낸 추천서보다 훨씬 인상깊은 추천서가 될 수 있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에세이를 쓸 때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추천서’를 써야 할 때에는, 입학원서에 기록한 사실을 반복해서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서에 나타나지 않은 자신의 숨은 면모를 부각해서 쓰도록 한다.
이번달부터 시작해서 앞으로 석달 이상 학생들은 물론이고 교사들도 카운슬러들도 부지런히 작문을 해야 하는 시즌이다. 쓰고 다시 쓰고, 고치고 또 고치는 지루한 작업이 계속된다. 에세이든 스스로 쓰는 ‘추천서’이든 좋은 완성품을 내려면, 시간을 넉넉히 잡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감이 내일인데 오늘밤에 컴퓨터 앞에서 억지로 짜낸 글이 좋은 글이 될 수 없다. 끝으로 아무리 자신있게 잘 쓴 에세이나 ‘추천서’라고 해도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를 권고하고 싶다. 피로한 눈이 지나쳐버린 흠을 프레시한 눈이 쉽게 잡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주 되풀이하는 말이지만, 공부하는데는 지름길이 없다.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는 절차에도 지름길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시간과 정성을 충분히 투자하겠다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김 순진 <밴나이스 고교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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