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법 없이 살 사람’들도 예외 없이 위반하는 것이 교통법규이다. 텅 빈 프리웨이에서 제한속도를 지키기는 우선 현실적으로 힘들다. 제한속도보다 5마일에서 10마일은 빨리 달리는 것이 보통인데 혼자 꾸물대다가는 다른 운전자들로부터 눈총을 받기 십상이다.
그 외 일단 정지 구역에서 정확히 서지 않고 미끄러지듯 지나간 경험, 신호등이 노랑에서 빨강으로 바뀌려는 데 오히려 속력을 내서 사거리를 빠져나간 경험들이 전혀 없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위반이 다반사이다 보니 교통위반 티켓을 받고 나면 우선 나오는 반응은 ‘억울하다’거나 ‘재수 없다’이다. 내가 위반했다는 사실보다는 위반하고도 무사한 불특정 다수를 생각하니 억울한 것이다.
그런데 만약 교통경찰들이 정해진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잠복대기 하며 고의로 티켓을 발부한다면 어떨까. 아마도 억울하고 재수 없다는 느낌이 몇 배는 더해질 것이다. 순찰 중 위반 차량을 적발하는 것과 티켓을 떼기 위해 숨어서 기다리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전자가 도로 안전을 위한 경찰로서의 소임이라면 후자는 실적과 세수를 올리기 위해 시민들을 이용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오래 전부터 소문은 있었다. 경찰들이 매달 완수해야 할 티켓 발부 쿼타가 있다더라, 그래서 월말이면 쿼타를 채우느라 더 열심히 티켓을 뗀다더라 … 그러다 보니 운전자들 사이에는 지역마다 티켓 많이 떼는 ‘요주의 거리’들이 있다.
예를 들어 샌퍼난도 밸리 지역 주민들에게는 발보아와 데본셔 길이 요주의 도로이다. 발보아 길은 도로는 넓은데 제한 속도가 시속 35-40마일이니 잠깐 방심하면 과속이 되고 만다. 데본셔 길 역시 넓고 교통량이 적어 과속하기 쉬운데다 경찰서가 그 길에 있어서 경찰차량이 많다 보니 적발 당할 위험도 그만큼 높다.
밸리 만큼이나 한인들이 많이 사는 풀러튼 지역에서는 넓직한 내리막길인 배스탠추어리 길과 로즈크랜스 길이 요주의 도로. 제한 속도가 시속 50마일인데 내리막이고 한적해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금방 과속이 된다.
그런데 종종 그 내리막길 아래에서 경찰이 숨어있으니 티켓 노다지 구역이다. 풀러튼 주민인 회사원 A씨의 목격담이다.
“모터사이클 경찰이 두명씩 진을 치고 과속 위반자들을 줄줄이 잡아들이는 걸 종종 봅니다. 언젠가는 새해첫날 아침에 경찰이 그곳에 잠복해 있다가 딱지를 떼더군요. 연말 쿼타를 다 못 채워서 그러는 것인지… 아무리 경찰이라도 너무 심하더군요”
소문만 무성할 뿐 확인되지 않던 ‘교통 티켓 할당량’이 부분적으로 사실인 것 같다. LA 경찰국 데본셔 경찰서 소속 30명 경관들이 집단 법적 항의에 들어갔다. 상사들이 은연중에 티켓 발부가 부진할 경우 승진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압력을 가해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내용이다. 티켓 발부 쿼타를 설정하는 것은 물론 위법이다. 하지만 어디나 그렇듯이 경찰 내에서도 실적주의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일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