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이주공사 계약조건 잇단 분쟁…한해 피해신고만 150건
외교부 업체별 보증보험기간ㆍ보험금 신청절차 확인해야
해외이민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해외이주알선업체(이주공사)와 소비자 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29일 외교통상부와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전국 이주공사는 140여개로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인데다 이민알선에 관한 법 규정이 없어 알선료와 환불 규정 등이 모두 업체와 소비자 간 계약에 따라 자율로 정해진다.
문제는 이민 대상국마다 관련 정책이 수시로 변하고 이민 허가가 언제 날지 모른다는 이유로 계약기한을 특정하지 않는 등 계약서가 소비자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성된다는 데 있다.
김모(38.여)씨는 1년 반∼2년이면 미국에서 숙련공 대접을 받는 한식 요리사로 취업할 수 있다는 A이주공사의 말을 믿고 2004년 말 3천400만원에 계약한 뒤 남편을 설득해 살던 집과 승용차를 팔고 사업까지 정리했다.
하지만 A사는 지난 1월 한식 요리사 취업이 어려우니 비숙련공으로 생선포장일을 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해 왔다.
게다가 생선공장에 취직하는 데만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
환불을 요구했지만 업체는 6월 말 김씨가 사장을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할 때까지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았고 그 와중에 김씨는 이민 문제로 남편과 불화가 생겨 이혼하기에 이르렀다.
김씨는 이주공사 말만 믿고 한국생활을 모두 정리했는데 어떻게 무작정 기다릴수 있겠느냐며 미안하다는 사과와 환불만 제때 해줬어도 이런 파국을 맞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계약서에는 계약기간이 막연하게 `이민비자 발급일까지’로 돼 있고 이민수속 지연 등 계약해지에 관한 조항은 없다.
계약체결 후 스스로 이민을 포기하면 수수료를 한푼도 환불하지 않는 것으로 돼있다.
이모(40)씨는 1년 안에 미국에 취업시켜 준다는 말에 B사와 2003년 6월 계약했으나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기다리란 대답만 듣고 있다.
소비자보호원 이민알선피해 담당자는 이민알선 계약은 개인별로 조건이 달라 정형화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보호법상 피해보상 기준이 없다며 관련 피해 신고가 한 해에 150건 정도 들어온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는 피해가 잇따르자 이주공사가 3억원의 보증보험에 의무 가입토록 해 소비자보호원의 결정이나 법원 판결이 있을 경우 또는 외교부 자체 판단에 따라 피해액을 돌려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관련 절차를 잘 모르거나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는 업체의 말을 믿고 보험금 지급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신청 건수가 한 달에 1∼2건에불과한 실정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해외이민자 수가 한 해 평균 2만5천명 이상 된다며 해외안전 여행사이트(www.0404.go.kr)에 이주공사별 보증보험 가입기간을 명시했으니 계약체결 전에 반드시 확인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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