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권 (USC 의대 교수)
가을이 지나가는 하늘 끝은 벌써 겨울의 찬 빛깔로 물들어가고 있다. 그렇게 빛나던 여름의 푸름은 어느덧 다 말라 떨어져 회색빛으로 이젠 길가를 뒹군다. 곧 겨울이 오면 대학 입학지원 마감일이 찬바람과 아울러 몰아닥칠 것이고 여러분은 이제 그 동안의 수고를 평가받아야 한다. 끝이 눈앞에 보여야만 뒤를 돌아보는 사람들이 그러하듯 뒤늦은 후회와 반성은 지금 길가를 뒹구는 마른 낙엽처럼 아무 소용이 없다.
최선을 다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대학 입시의 결과가 나올 내년 4월이 시인 T. S. 엘리어트가 말한 것보다 훨씬 더 잔인한 봄이 될 것이다. 그땐 경쟁이란 것이 여러분들의 희망과는 상관없이 어떻게 여러분의 인생을 방향 지을 수 있는지 생전 처음으로 보게 될 것이며 인생이란 것이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도 배울 것이다.
여러분이 인정하든 않든 언제부터인가 대학이라는 것은 여러분들이 인생을 펼쳐나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 되어버렸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사회가 그대들의 삶을 그렇게 만들어버렸다. 대학에 가지 않고도 성공하는 사람이 많고 대학이 반드시 인생의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고 여러분들은 반박할 것이다. 분명히 과거에는 그러했다. 하지만 그대들이 살아나갈 급변하는 미래는 다르다.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지는 인터넷에 정통한 그대들이 더 잘 알지 않는가. 주변을 똑바로 둘러보기 바란다. 어쩌다가 한 번씩 보는 그런 경우에 여러분의 인생을 맡기지 말고 좋은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성공할 확률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확률을 제대로 비교 분석해 보기 바란다. 또한 대학 졸업장이 없어 변변한 직장조차 하나 잡을 수 없을 때마저도 여러분은 대학이 행복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고 부르짖을 텐가. 현재 미국에는 청소부와 캐시어(cashier)가 인구 1,000명당 각각 16명과 27명이 있다. 그런 직업들은 대학을 가지 않고도 잡을 수 있지만 그들의 평균 연소득은 각각 1만9,390달러와 1만6,260달러이다. 그에 비해 변호사와 컴퓨터 엔지니어는 1,000명당 각각 4명과 3명이 있으며 그들은 평균 9만8,930달러와 6만3,420달러를 각각 번다. 돈 1,000달러를 벌기 위해 큰 회사의 사장은 평균 2시간55분을 일해야 하며 의사들은 13시간5분을, 경찰관과 고등학교 선생은 43시간을, 농부는 57시간을, 그리고 청소부는 103시간을 일해야 한다. 여러분의 부모 때는 열 명 중에 한 명이 대학을 갔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세 명 중 한 명이 대학에 간다. SAT 시험을 치는 사람도 갈수록 늘고 있고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은 점점 더 힘들어간다.
진심으로 깨우쳐야 하는 것은 준비되지 않은 자를 철저하게 도태시켜 버리는 인류 역사상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무한경쟁의 사회가 바로 눈앞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몸을 낮추고 숨소리를 죽여 맑은 정신으로 자신과 자신의 인생을 차갑게 바라보고 준비하기 바란다. 먼 옛날 노아가 방주를 만들기 시작한 날에는 비가 오지 않았음을 명심해야 한다.
나무는 여름의 푸름을 오랫동안 누리고 싶지만 가을의 찬바람이 가만히 두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여러분은 지금의 재미있는 날들이 마냥 즐겁지만 시간은 안일하고 게으르고 방황하는 여러분을 절대 기다려주지 않는다. 오늘 길을 걷다 발길에 걷어차이는 낙엽을 보거든 간절히 깨우치길 바란다. 준비되지 않은 자의 인생은 곧 찾아올 북극의 찬바람에 낙엽처럼 힘없이 떨어져 길가를 뒹굴며 남의 발길에 차일 것을 말이다.
그때 가선 땅을 치며 후회해도 아무 소용없고 지금처럼 돌봐줄 부모님도 없을 것이다. 이젠 진정으로 여러분의 앞날을 다시 심각하게 생각할 때이다.(213)381-3949, www.MyIvyDream.com
홍영권 (USC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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