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는 학생들이 졸업반에서 또는 신입생반에게 수석이 된다는 것이 대단한 성취요 영예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일급 인재의 자격을 갖추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성취라는 뜻의 글을 썼다.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로, 나아가서는 자기 분야에서 인정받고 대우받는 지도자로 성장하려면 어떤 자격을 갖추어야 할까? 사람마다 꼽는 조건이 조금씩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과학적인 통계를 내어본 것은 아니지만 내 개인의 경험으로는, 사회에서 지도자급의 인재로 활약할 수 있으려면, 우선 실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쉽게 말해서 교육받은 사람답게 지식의 기반이 잘 잡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지식은 또 전문적인 지식과 일반적인 지식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전문적인 지식이라면 적어도 자기 전공분야에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은 전문인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충분한 실력을 갖춘 것을 의미한다.
전문지식이 부족한 사람이 그 분야에서 존경받는 인재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다시 말할 필요도 없다.
전문적인 지식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일반적인 지식이다. 일반적인 지식은 사실 고등학교 교육만 착실히 받으면 충분히 얻을 수 있다.
미국 고등학교 과정은 영어와 역사와 같은 인문 과목에서부터 수학, 생물학, 물리학, 화학에 이르는 자연과학에 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비교적 심도 있는 내용으로 짜여 있다.
비록 과목마다 세세한 공식이나 구체적인 정보는 다 기억할 수 없다 해도 학문적 개념과 흐름을 파악하고 있으면 소위 교육받은 시민으로 손색없는 지식을 갖추게 된다.
일급 인재가 되기 위한 다음 조건은 사람을 사람으로 대우할 줄 아는 포용력이다. 피부색, 성별, 외모, 나이, 학력, 재산, 가정환경 등과 같은 외부적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사람들을 인격체로 존중해 주고 차별하지 않고 따뜻하게 대우해 줄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흔히 사람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할 줄 아는 대인관계 기술(people skill)보다 한 단계 높은 가식 없는 인간 존중심이라고 볼 수 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고, 이런 자질을 갖춘 사람들이 흔한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이런 저런 편견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처럼 다문화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으려면 비록 선천적으로 포용력 있고, 친절한 성품을 타고나지 않았다 해도 마음을 열고 모든 사람을 진실한 마음으로 대우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갖추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단단한 지식의 기반과 인간 존중심 다음으로 일급 인재가 갖추어야 할 조건으로, 긍정적이고 유머감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고 관대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해도 심각하고 조용한 사람보다는 명랑하고 재미있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서 가끔 궂은일을 자원해서 할 줄 아는 이타심이 있고 말보다는 실천으로 모범을 보이고 필요할 때에는 단호하게 ‘NO’라고 할 수 있는 용기를 갖춘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하늘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격언대로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을 늘어놓은 셈이 되었다.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고 마라톤이라는 것을 기억하면 학교 시절에 반짝하고 수재 소리를 듣는 것보다는 일생을 통해서 실력과 인격을 갖춘 일급 인재가 되리라는 목표로 꾸준히 자기 훈련을 계속하는 것이 지혜로운 처신일 것이다.

김 순진 <밴나이스 고교 카운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