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도 있지만 신문에 나는 뉴스들은 대체로 나쁜 것이 많다. 대형 비행기가 떨어졌다거나 살모넬라균에 감염된 음식을 먹고 사람이 죽었다거나 하면 큰 기사가 된다. 상어나 맹견에 사람이 물려 죽거나 주택가에 독사가 나타나도 뉴스거리고 광우병이나 조류 독감 관련된 기사는 툭 하면 톱으로 올라간다. 그러나 과연 이런 것들은 얼마나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일까.
질병 통제국과 교통 안전위원회자료에 따르면 2003년 한 해 동안 비행기 사고로 죽은 사람은 22명, 개에 물려 죽은 사람 32명, 살모넬라균 43명, 뱀에 물려 죽은 사람은 2명, 상어 등 해양 동물에 물려 죽은 사람 1명이었다. 수년 째 언론에서 호들갑을 떠는 광우병이나 조류 독감에 걸려 사망한 미국인은 단 한 명도 없다.
그 대신 벼락에 맞아 죽은 사람 47명, 벌에 물려 죽은 사람 66명, 얼음판에 미끄러져 죽은 사람 103명, 목욕하다 익사한 사람 332명, 사다리에서 떨어져 죽은 사람 365명, 풀장에서 익사한 사람 515명, 침대에서 떨어져 죽은 사람 594명, 자전거 사고로 죽은 사람 762명, 음식 먹다 체해 죽은 사람 875명, 계단에서 떨어져 죽은 사람 1,588명, 화재로 죽은 사람 3,369명, 모터사이클 사고로 죽은 사람 3,676명 순이었다.
사고사의 종류는 여러 가지지만 그중 으뜸은 자동차 사고다. 매년 4만5,000명에 달하는 미국인이 이로 인해 목숨을 잃는다. 반면 역시 신문지상에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살인 사건으로 인한 사망자는 1만7,000명 정도다. 자살하는 사람이 3만1,000명으로 2배 가까운 점을 감안하면 살인강도를 걱정하기 전에 스스로를 조심해야할 판이다.
그러나 이들 사고사 비율은 전체 사망자 수에 비하면 미미한 편이다. 2003년 사망한 미국인은 총 250만 명이었다. 모든 종류의 사고사를 다 합쳐 봐야 11만 정도다. 반면 심장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68만, 암 55만, 뇌졸중 15만, 당뇨 7만4,000, 기타 질병 68만이었다. 다시 말해 전체 사망자의 95%가 병으로, 그 중에서도 절반 이상이 심장병이나 암으로 생명을 잃은 것이다.
담배가 심장병과 암의 직접적 원인이 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아직도 미국인 5명 중 하나가 흡연을 즐긴다. 음식물에 농약이나 병균이 묻어 있다는 기사는 눈에 불을 밝히고 보면서도 5분을 아끼려고 빨간 불로 바뀌는 교차로를 마구 달리거나 술이 거나하게 취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는 사람은 주위에 얼마든지 있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로 불리지만 위험에 관한 판단은 머리가 아니라 감정이 좌우하는 수가 많다. 극적인 돌발 사건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반응하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다가오는 위협에 대해서는 둔감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오랜 세월 야생에서 맹수들과 싸우면서 진화한 뇌의 구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문명사회에 사는 우리들은 원시인보다는 좀 더 이성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연말연시를 맞아 사실상 생명에 거의 위협이 되지 않는 것들에 대한 걱정을 버리고 금연과 음주 운전 안 하기에 대한 각오를 다지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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