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중에서는 대학에 지원하거나 또는 장학금 신청을 위해서 쓴 에세이의 초본을 나에게 읽어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있다.
올해에도 수십편을 읽으면서 각 에세이마다 수정할 부분, 빼어 버릴 부분, 첨가할 점을 독자의 입장에서 제시해 주었다.
입학 사정관이나 장학금 심사원의 마음을 사로잡는 좋은 에세이를 쓰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미 수많은 지침서가 나와 있고 전 현직 입학 관련 상담자들의 경험담을 통해서 웬만한 요령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너무 많은 사람들의 지시를 따르려다가 오히려 혼란감만 느끼게 되고 자신의 독특한 작품을 내지 못하게 되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으니까 이런 조언은 참고로 하되 꼭 따라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모든 다양한 조언들은 사실 좋은 내용과 글 쓰는 솜씨라는 두 가지 조건으로 압축될 수 있다.
제목이 주어지지 않고 스스로 택해서 쓰라는 경우에는 첫번째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심사원들에게 큰 거부감을 주지 않는 주제를 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제를 정한 다음에는 어떤 스타일로 글을 써야 하는지를 정해야 한다. 밝고 재미있는 내용의 글이라면 간결하고 유머러스한 스타일이 적합할 것이고 심각하고 무게 있는 주제의 글이라면 논리적이고 사색적인 문체로 쓰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글쓰기는 초등학교 때부터 배우기 시작해서 중학교,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교과과정의 기본과목 중 하나이다.
그러나 보통 30명 이상의 학생이 있는 교실에서 선생님 한명이 모든 학생들에게 개인적인 글쓰기 지도를 해준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초등학교부터 12년 동안 영어공부를 하고도 제대로 에세이를 못 쓰는 학생들이 대다수인 것이 유감스러운 현실이다.
에세이 작성이 큰 심리적 부담이 되면서 외부의 도움으로 이 골칫거리를 해결하려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개인지도나 웹사이트를 통해서 ‘특별지도’를 얼마든지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모자라는 글쓰기 실력을 보강하기 위해서 도움을 받는 것을 탓할 이유는 전혀 없다. 문제는 학생들이 이같은 ‘특별지도’를 통해서 천천히 제대로 글쓰기를 배우려는 것이 아니고 당장 제출해야 할 에세이를 대신 써주는 ‘퀵서비스’로 사용하는데 있는 것이다.
가끔 학생이 쓴 글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세련된 글을 만날 때가 있다. 혹시 본인의 작품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 경우에 나는 학생의 과거 성적을 조사해 보는 작업을 시작한다.
지난 몇 해 동안의 영어성적, SAT의 작문점수, 캘리포니아주 표준시험 성적 등을 면밀하게 조사해서 과연 문제의 에세이가 학생이 직접 쓴 것인지 외부의 도움을 받은 것인지, 도움을 받았다면 어느 정도로 받았는가를 추측해 본다.
아마 입학사정관이나 장학금 심사원도 비슷한 방법으로 에세이 저자의 진위를 가려 보고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 이다.
남이 써준 에세이를 제출해서 대학입학 사정관의 의심을 사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이다.
에세이 쓰기는 대학입학과 함께 끝나는 것이 아니다. 대학에서 공부하는 기간은 물론, 졸업 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기 위해서도 글 쓰는 능력은 꼭 갖춰야 할 필수조건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김 순진 <밴나이스 고교 카운슬러·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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