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한국의 보건복지부는 방송 드라마 작가들을 대상으로 웍샵을 실시했다. 문화관광부도 아니고 보건복지부가 난데없이 드라마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요즘 젊은 여성들이 결혼에 적극적이지 않고 아이도 안 낳으려 드는 추세와 관련, 드라마 작가들이 협조를 해달라는 취지였다.
한국의 저출산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다가는 인구가 줄어들겠다는 위기감이 사회 일각에서 팽배하다. 그렇다고 뜻있는 사람 아무나 인구 증가에 기여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오로지 가임연령 여성들만이 할 수 있는데 이들이 결혼이나 출산에 대해 미온적이니 해결책이 보이지를 않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드라마 작가들에게 바란 것은 드라마 중에 결혼해서 아이 낳으며 알콩달콩 재미있게 사는 모습들을 많이 넣어서 젊은 여성들이 따라하고 싶게 만들어 달라는 것. 드라마들이 전문직 종사자로 한껏 자유를 누리는 미혼여성을 미화하고, 고압적인 시부모나 혼수 갈등, 맞벌이 부부의 고단한 생활상만 강조하면 젊은 여성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겠냐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의 드라마 작가들이 대부분 결혼 안하고, 아이 안 낳고, 일을 즐기며 혼자 사는 여성들이라는 점. 복지부의 협조 요청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 지 회의가 드는 부분이다.
여성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추세가 점점 보편화하고 있다. 나이가 차면 좋은 남편 만나 자녀들 낳고 사는 게 여성에게는 가장 큰 행복이라던 시대는 막을 내렸다. 이런 저런 이유로 나 홀로 삶을 택하는 여성들이 점점 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5년이 분기점이다. 전체 가구 중 결혼한 부부의 가구가 사상 처음으로 동거 가구나 나 홀로 가구에 밀려 소수가 되었다. 성인 여성들의 경우 51%가 남편 없이 산다고 대답, 남편과 같이 사는 여성 인구를 넘어섰다. 1950년의 35%. 2000년의 49%에 비해 부쩍부쩍 늘고 있다.
나 홀로 여성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가장 전형적인 부류는 나이 들어 남편이 먼저 사망한 후 혼자 사는 노년층. 여성의 평균 수명이 길어서 생기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다음 최근의 나 홀로 여성 인구를 증가시키는 그룹은 결혼을 미루거나 하지 않는 젊은 연령층, 그리고 이혼 후 재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부류. 1950년부터 2000년까지 반세기 동안의 변화를 보면 15~24세 여성 중 결혼한 여성은 42%에서 16%로 줄어들었다. 여성들이 결혼을 미룬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으로 여성들이 결혼해서 한창 자녀 양육할 나이인 25~34세 연령층 중 기혼여성은 82%에서 58%가 되었다. 거의 절반 수준이다. 결혼은 여성에게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남성 못지않은 경제력과 동거에 대해 관대해진 사회적 시선 등으로 여성들이 굳이 남성에게 의지하며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 자신을 밀어 넣을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이다.
남편, 자녀들과 부대끼며 함께 사는 더불어의 삶을 즐길 것인가, 외롭지만 자유를 만끽하는 나 홀로의 삶을 즐길 것인가. 일차적으로는 여성의 개인적 선택이고,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국가로서는 골치 아픈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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