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개론 첫 부분에 나오는 개념 중 ‘상품의 가격 탄력성’이란 것이 있다. 모든 상품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가격이 정해진다. 그러나 가격이 올랐다고 모든 상품의 수요가 같은 비율로 주는 것은 아니다. 어떤 상품은 조금만 값이 비싸져도 사는 사람이 없는 반면 어떤 상품은 상당히 올라도 수요가 거의 줄지 않는다.
이렇게 값이 올라도 수요가 줄지 않는 경우 ‘상품의 가격 탄력성이 적다’고 말한다. 대체로 생활필수품인 경우가 많고 그 중에서도 대체 상품이 없는 경우가 특히 그렇다. 그 대표적인 것이 기름이다. LA에서 직장에 다니는 근로자가 기름 값이 올랐다고 직장을 그만 두거나 버스를 탈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름에 정부가 엄청난 물품세를 붙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금은 기름 값이 올라 비율이 줄어들었지만 예전에 개스 값이 갤런당 1달러 정도 했을 때는 절반이 세금이었다.
기름의 가격 비탄력성을 악용하는 것은 정부만이 아니다. 개스 스테이션 업주가 더 하다. 원유 값이 올랐다는 뉴스가 나오기만 하면 당일로 가격을 인상해 버린다. 그래도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돈을 내고 탱크를 채울 수밖에 없다. 반면 원유 값이 내릴 때는 서서히 내려간다. 값이 비쌀 때 사 둔 개스를 파는 탓도 있지만 천천히 값을 내려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기름을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일부에서는 주유소끼리 담합해 가격을 조작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수만 개나 되는 주유소가 의견을 조절하기도 힘들뿐더러 그러다 적발되면 엄청난 벌금을 물게 된다. 그럴 필요도 없는 게 인근 주유소가 가격을 내리면 그제서야 마지못해 따라가면 되는 것이다. 주유소 기름 장사는 이윤이 박하기로 유명하다. 업주 입장에서는 이런 때 남기고 싶은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수개월 사이 국제 원유가는 지난 여름 배럴 당 77달러에서 18일 50달러로 35%이상 추락했다. 그러나 그 사이 서부 지역 개스 값은 갤런 당 3달러에서 고작 50센트 정도 내렸을 뿐이다. 원유가가 배럴 당 1달러 내리면 주유소 개스 값은 갤런 당 4~5센트 내리는 것이 정상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최소 갤런 당 2달러는 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원유가가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려면 3~4주정도 걸린다며 그 때쯤 되면 미국 평균 개스 가가 갤런 당 2달러에 접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LA는 이처럼 싸지지는 않을 것이다. 평소에도 미국 평균보다 몇 십 센트 비싸기 때문이다.
원유 값이 떨어져도 가격을 내리지 않는 개스 스테이션을 혼내 주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가지 않는 것이다.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가격이 낮은 주유소를 이용하면 나머지 업주들도 결국은 값을 내릴 수밖에 없다. 싼 가게를 찾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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