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2년 10월12일. 신대륙에 도착한 콜럼버스의 일기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원주민들이 과일과 나무창과 특이한 향이 나는 마른 잎을 주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콜럼버스 일행을 하늘에서 온 신들로 생각하고 가장 귀한 선물을 바쳤는데 그 중 하나가 ‘마른 잎’이었다. 이어 콜럼버스는 “과일은 먹고, 마른 잎은 버렸다”고 썼다. 담배가 아메리카 원주민이 아닌 다른 종족에게 전달된 첫 번째 기록이다.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인 담배는 15세기 이전까지 이들 원주민의 전유물이었다. 담배는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것이 원주민들의 믿음이었다. 후론 인디언의 신화를 보면 그 유래가 나온다.
아득한 옛날, 대지가 황폐해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자 ‘위대한 신령’이 인류를 위해 한 여성을 내려 보냈다. 그 여성, 필경 여신은 온 세상을 두루 다니면서 흙을 만졌는데 그의 오른 손이 닿은 곳에서는 감자가, 왼손이 닿은 곳에서는 옥수수가 자라났다.
온 세상이 비옥해지자 여신은 땅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다시 일어서자 거기서 자라난 것이 담배였다는 내용이다. 식량문제가 해결된 후 식량과는 다르게 인간들이 즐기도록 신이 내린 선물이 담배라고 인디언들은 믿었던 것 같다.
공식적으로 미대륙 원주민을 제외한 최초의 흡연자는 로드리고 데 헤레즈란 인물이다. 콜럼버스 탐험대 일원으로 그는 1492년 11월 원주민들로부터 담배 피우는 법을 배워 흡연자가 되었다. 그리고는 고향 스페인으로 돌아가 담배를 피우자 입과 코로 연기를 뿜어내는 괴이한 행동이 이웃들의 고발로 종교재판에 회부돼 7년간 옥살이를 했다. 하지만 그가 형을 마치고 나올 때쯤 되자 이미 스페인에는 흡연 열풍이 불고 있었다.
16세기 스페인, 영국, 포르투갈, 네델란드,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신대륙 개발, 식민지 개척에 나서면서 담배는 선원들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포르투갈, 네델란드 선박들이 정박하면서 일본에 담배가 들어가고, 그 담배가 임진왜란(1592-1598) 때 일본인들을 통해 조선으로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콜럼버스 이후 한세기 만에 전 세계로 퍼져갈 만큼 흡연의 전염력은 막강했다. 거기에 중독성까지 합쳐지면서 지난 400년쯤 화려한 전성기를 누린 담배가 이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담배연기는 어디 가든 구박을 받고, 담배 피는 사람은 죄인 취급을 당해도 말 못하는 시대가 되었다. 10년쯤 전부터 사무실 등 공공 실내공간에서 금연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해변 등 공공 옥외장소에서도 흡연을 금지하는 법이 나오더니 이제는 자기 집 안방에서도 흡연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북가주 베이지역의 벨몬트 시의회는 아파트, 콘도 등 다세대 주거단지에서는 주민들이 집안에서도 흡연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담배연기가 밖으로 새어나와 이웃들에게 간접흡연의 위험을 안겨준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로 나가다가는‘흡연자 거주금지 구역’ 같은 게 생기지 않을까 모르겠다. 흡연은 건강을 해치는 나쁜 습관이지만 그렇다고 범죄행위는 아니다. 개인이 자기 집안에서 하는 합법적 행위까지 정부가 금지하다면 그 해악은 흡연에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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