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 클로슨의 어머니가 딸집에 들어온 것은 1년 남짓 됐다. 오래 앓다 78세로 세상을 뜬 클로슨의 어머니는 거실 창가, 나뭇잎이 스텐실로 찍힌 도자기 기도바퀴 안에 자리 잡고 있다. 화가가 디자인한 이 유골함의 나뭇잎은 고향 뉴잉글랜드의 가을을 좋아하던 어머니를 기리는 것이다. “지나갈 때마다 바퀴를 한 번씩 돌려 어머니의 존재를 느껴요”
샌프란시스코에 장의 전문화랑 첫 개장
각양각색의 작품으로 죽은 이들 추모
미술품 유골함 800~1,200달러 정도
전체시장의 5%지만 잠재력 무한
장의미술이 대두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북서쪽으로 65마일쯤 떨어진 소노마 카운티의 그레이튼에는 지난 주말 화장한 재를 담는 유골함과 기타 개인을 추모하는 예술작품만을 전문으로 하는 화랑이 미국 최초로 개장하기도 했다.
<어머니의 재를 모신 도자기 기도바퀴 유골함을 거실에 두고 있는 로렌 클로슨>
‘삶을 찬미하는 미술’이라는 이름의 이 화랑에는 40명 가량의 미술가와 공예가들이 새로이 개척하는 죽음의 미학을 담은 작품이 전시된다. 윤을 낸 토기, 레드우드 옹이, 검정 유리, 오래된 떡갈나무를 태운 재를 섞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종이 등 소재도 다양하고 예술적 야심도 만만한 작품들이다.
이보다 앞서 ‘퓨너리아’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장의예술이라는 개념을 뿌리 내리기 시작한 이 화랑 주인인 화가 모린 로매즈니(56)는 지난해 가을에는 필라델피아에서 ‘잿더미에서 예술로’라는 유골함 작품 전람회를 주최하기도 했다.
<장의미술 전문 화랑을 연 모린 로매즈니>
110억달러 규모의 장례업계에서 미술가가 디자인한 유골함이나 기타 물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미약하지만 미리 재 넣을 빈 공간을 마련해 둔 풍경, 재로 만든 연필, 다이아몬드, 재가 뿌려지도록 디자인된 새 먹이통 같은 신상품에 화랑까지 생긴 것은 죽음과 그 뒤처리에 대한 사람들의 달라진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미국에서 화장되는 사망자는 21.1%에 불과했지만 2005년에는 32% 정도로 늘었다. 북미화장협회에 따르면 그 비율은 계속 상승, 2025년이면 51.12%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묘지가 아니라 포도주 산지에 자리 잡은 새 화랑은 무엇에건 자기의 개성을 부여하기 원하는 소비자들, 특히 이제 삶의 종착점에 가까워가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의 증가하는 요구에 부응한 것이다. 결혼서약도 스스로 쓰는 등 다른 사람과 다르게 살기 원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똑같은 죽음도 거부한다는 것이다.
로매즈니는 1997년, 화장이 늘어난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유골함을 판매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봤다. 하나 같이 죽은 사람의 개성이나 독특한 취향 같은 것이 표현되지 않은 실용적인 용기들뿐이어서 퓨너리아라는 이름을 만들어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스스로도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인 ‘언-어-매틱’은 오래된 진공청소기로, 스크린이 달려 있고 1970년대 유행가 ‘시즌즈 인 더 선’과 함께 홈 무비가 돌아간다. 당연히 가격도 만만치 않아 1,900달러나 하지만 화랑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작품들은 800~1,200달러 정도 된다.
미술작품 유골함은 아직 특별한 것이라 미국에서 판매된 유골함 중에서 5%를 차지할 뿐이지만 한해에 죽는 사람이 거의 250만명이나 되는 미국에서는 5%만 해도 상당히 큰 시장이 아닐 수 없다.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장례업계도 이 추세를 따라잡고 있다. 15년 전 네모도, 항아리 모양도, 청동제도 아닌, 아크릴을 부어 만든 불규칙한 모양의 ‘움직이는 돌고래’라는 유골함으로 장례업계에 신기원을 세웠던 ‘베이츠빌 캐스킷 컴퍼니’는 베이비붐 세대를 겨냥해 새로 합금 유골함을 제작하려고 뉴멕시코주의 제조사를 고용했다. 이 회사는 2명의 디자이너를 찾아 유골함과 함께 그보다 더 작은 보관용 유골함과 재를 가족들이 나눠 가질 수 있도록 장신구도 디자인했는데 이 물결모양의 멋진 유골함이 아주 잘 팔려 현재 신제품을 추가하고 있다.
<미술작품 유골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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