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칼럼에 이어 의대 지원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한다. 자녀를 의대에 보낼 생각을 한다면 그 다음 떠오르는 질문들이 있다. 도대체 미국에는 몇 개의 의과 대학이 있으며 얼마나 경쟁률이 높은지, 그리고 매년 총 몇명 정도를 뽑는지와 같은 숫자들에 먼저 관심이 간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미국 의과대학 연합 (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에서 발표한 최근 의대 지원 통계자료를 모아 정리해 보았다.
현재 미국에는 총 125개의 의과대학이 있다. 2006년에는 전국에서 3만9,108명이 의대에 지원했고 그 중 44.4%인 1만7,370명이 입학했다. 이는 2005년 보다 지원자의 경우 4.6%가 늘었지만 입학자는 2.2%만 늘어난 숫자이다. 지난해 의대는 역사상 최고로 많은 수의 학생을 받아들였다.
그러면 1994년부터 2004년까지 10년 동안의 동향을 살펴보자. 재미있는 것은 그 기간에 의대 입학생의 수는 매년 대략 1만6,500여명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지원자의 수는 그 때의 경제사정에 따라 밀접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즉 미국의 경제사정이 좋지 않았던 1994년에는 총 4만5,360명이 의대를 지원했고 그 후 지원자가 약간씩 계속 늘어나서 1995년에 4만6,586명이, 1996년에는 4만6,965명이 지원해서 의대 지원자수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바로 그 다음해인 1997년에는 10%나 정도가 적은 4만3,016명만이 지원했고 그 숫자는 계속 줄어들어 1998년에는 전해보다 5%가 빠진 4만996명이, 1999년엔 7%가 감소한 3만8,443명만이 지원했다.
기억하겠지만 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클린턴 정부가 이끈 미국의 경제는 20세기 동안 최고라 할 정도의 경제적 활황기를 맞이했다. 이 기간의 미국 주식시장은 100년의 주식거래 역사 동안 가장 빠른 성장을 하였다. 경제가 좋아지면서 직장 잡기가 비교적 쉬워지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는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매력이 감소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런 추세는 계속되어 의대 지원자의 수가 매년 4~5%씩 줄어 2002년에는 3만3,625명만이 지원했다. 이는 근래 들어와서 가장 적은 의대 지원자 수였고 1996년과 비교하면 거의 3분의1이 줄어든 숫자였다.
따라서 지원자 수의 변동에 따라 합격률도 변했다. 지원자가 최고로 많았던 1996년에는 합격률이 약 34%였지만 지원자가 가장 적었던 2002년에는 근 50%에 달했다.
하지만 2002년 이후 주식시장의 붕괴와 함께 경제사정이 나빠져서 직장 구하기가 다시 힘들어지면서 의대 지원자의 수는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2005년에 의사의 수가 부족하다는 뉴스가 나오고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발표가 있은 후 의대 지원자는 2004년에 비해 5%, 그리고 2005년에 비해서 지난해에는 4.6% 더 증가하였다. 입학생도 2005년에는 전해보다 2%가 증가한 1만7,003명이였다. 그래서 이들 통계자료들은 경제가 좋을수록 의대 입학 경쟁률이 낮아지며 반대로 먹고 살기 힘들 때 일수록 의사라는 직업이 선호된다는 일반적인 사회적 통념을 실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통계 자료들을 언뜻 보면 속기 쉬운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숫자로만 따지면 의대 합격률이 지원자의 40~50%에 이른다는 것이다. 둘 중에 하나는 들어간다는 얘기이다. 그렇다고 의대 진학이 생각보다 훨씬 쉽다고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물론 열심히 하면 누구나 다 의대에 진학할 수 있다. 하지만 의대 지원자들의 대부분이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열심히 준비를 한 우수한 학생들이란 사실이다. 의대 입학시험을 비롯한 준비 그 자체가 많은 경비와 노력이 들기 때문에 그냥 한번 넣어본다는 허수의 지원자는 절대 없다. 그러므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일찍부터 준비하길 권한다.
홍영권 (USC 의대 교수)
www.MyIvyDream.com, (213)381-3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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