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명품으로 몸을 휘감고 있었다. 그런 여인을 두 명이나 동반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가짜 여권으로 입국하려고 들었다. 도쿄의 디즈니랜드를 구경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천진난만하다고 해야 하나, 모자란다고 해야 하나. 경애하는 지도자의 장남이다. 그러니까, 김일성-정일로 이어지는 왕조의 권력세습 1순위의 인물이다. 그런 그가 값비싼 명품으로 온몸을 치장하고 일본에 밀입국하려다가 붙잡혀 서방 언론에 노출됐던 것이다.
그 사건 이후 그는 아버지의 분노를 사 권력승계 경쟁에서 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말하자면 본의 아닌‘북조선판 양녕대군’신세가 됐다는 얘기다.
그가 또 다시 매스컴을 탔다. 이번에는 마카오가 무대다. 먼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가 6주에 걸쳐 마카오에 살고 있는 김정남에 대해 집중취재를 펼쳤다. 그리고는 총애를 잃은 독재자의 아들의 생활이란 어떤 것인지 심층보도를 한 것이다.
그러자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이 취재경쟁에 뛰어들었다. 아사히신문도 보도에 나섰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논평을 내기에 이른 것이다.
스토리 전체의 흐름은 ‘도쿄 스토리’의 속편이다. 우선 명품 취미가 여전하다는 점에서다. 사는 곳부터가 그렇다. 마카오의 최고급 주택촌이다. 거기에 호화 빌라를 두 채나 마련했다고 한다.
그리고 낮에는 명품 샤핑에, 밤에는 고급 룸살롱 출입을 하면서 후계 경쟁에서 밀린 한을 달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카오를 마음대로 들락거린다고 한다. 그러면서 최고급 호텔의 카지노와 바, 사우나에 자주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의 행적은 마카오로 그치는 게 아니다. 북경 나들이가 잦다. 태국의 환락촌도 단골이고 유럽의 명소에서도 종종 모습을 나타낸다는 것.
문제는 그 씀씀이다. 그리고 막대한 돈을 누가 대는가 하는 것이다. 월스트릿 저널이 지적하고 나선 부분도 바로 이 점이다.
마카오는 북한이 위폐제조, 밀수 등을 통해 번 돈을 세탁한 곳으로 지목받고 있다. 그 마카오를 거점으로 김정남이 초호화판 플레이보이 생활을 하고 있다. 그것도 수년째. 그러니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어찌됐든(김정일로서는) 더 이상 타이밍이 나쁠 수 없다. 6자회담이 코앞에 다가왔다. 그런가 하면 못 먹고 자란 북한 어린이의 왜소한 체격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거기다가 국경지역에 근무하는 북한군 1개 소대가 집단 탈북을 했다는 뉴스다.
그런 판에 쫓겨난 독재자의 아들은 한을 풀겠다고 명품에 휘감겨 마카오에서 주지육림(酒池肉林)을 헤매고 있으니. 한편의 코미디인가, 비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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