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첫 여성 총장 파우스트
한때 반전·인권 시위 등 앞장
경영능력 탁월 ‘준비된 CEO’
뉴욕타임스는 12일 여성으로서 처음 명문 하버드대학 총장에 임명된 드류 파우스트(59·사진)를 소개하는 기사를 게재하면서 ‘반항의 기질이 강했던 딸이 하버드대학을 이끌게 됐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기사는 전통 의식이 강했던 특권층 가정에서 유일한 딸로 성장했던 파우스트가 여성의 역할 혹은 위상을 놓고 어머니와 끊임없이 대립했다는 이야기로 시작됐다.
신문에 따르면 어머니는 항상 파우스트에게 “세상은 남성이 지배하고 있다. 이 사실을 빨리 체득할수록 너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권고했으나 그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파우스트(59)는 버지니아주 태생으로 어렸을 때부터 바느질을 거부하고 4-H클럽에 가입, 남자 아이들과 함께 양치기에 나섰다. 백인으로서 흑인 노예들에 대해 마음의 빚을 느끼며 성장했다. 그는 여권 신장에 깊은 관심을 가져온 역사학자로 인정을 받고 있다.
아버지를 비롯해 아버지 형제, 오빠, 남성 사촌들은 모두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했다. 1960년대 중반 프린스턴대학은 여학생들의 입학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필라델피아 근교 브린 모어여자대학에 들어갔다.
스미스칼리지 총장을 지냈으며 브린 모어 대학에서 파우스트와 함께 같은 클래스를 들었던 메리 던은 “파우스트가 브린 모어 대학을 선택한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며 “여성이 2등 시민이었던 시절에 여성들에게 자기 자신을 정확하게 표현할 것을 촉구했던 여성 대학에 다녔던 것은 귀중함 체험”이라고 설명했다.
파우스트는 대학시절 베트남전쟁 반대와 인권 시위에 나서는 등 운동가로서의 기질을 보였으나 펜실베니아대학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에는 역사 연구에 정열을 쏟았다. 이 대학에서 25년간 남부 미국사를 가르치는 동안 그는 특히 흑인 여성들의 삶을 조명하는 연구에 매달렸다.
하버드대 출신이 아닌 그는 2001년 1월 하버드대 래드클리프 고등학문연구원 초대 학장을 맡으면서 대학 경영자의 길로 들어섰다. 래드클리프 고등학문연구원은 지난 1999년 여자대학이던 래드클리프칼리지가 하버드대에 통합한 뒤 하버드대의 단과대학으로 전환됐다.
파우스트 래드클리프의 하버드대 통합과 질적 양적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같은 돋보이는 대학 경영능력 때문에 하버드 출신이 아니라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노벨상 수상자 등 쟁쟁한 총장 경합 후보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 하버드대에서 동문 출신이 아닌 총장이 나오기는 1654~1672년 재임한 2대 찰스 숀시 총장 이후 330여년 만에 처음이다.
파우스트는 하버드대 총장 임명에 대해 대학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어머니가 무슨 말을 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남성의 시대라는 어머니의 말은 나의 세대의 여성들이 갖고 있던 선택권을 갖지 못했던 세대의 여성의 입에서 나온 쓰디 쓴 언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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