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굴비낚시라는 말을 쓸 줄 안다. 그는 죽은 물고기를 살려낸다. 그것도 이미 소금으로 발효시킨 짜디짠 조기 한 마리가 퍼들퍼들 낚시 줄에 매달린다. 팽팽하다 그는 질문을 아주 잘 하려는 궁리에 골몰한다. 생각의 비늘들을 번득인다. 예정된 답변 말고 누구도 모르던 본색을 탄로시킬 줄 안다. 이 봄날엔 나무들이 꽃으로 초록 눈엽(嫩葉: 새잎)들로 본색을 탄로시키고 있다. 하느님의 질문엔 어쩔 수 없이 정답이 나온다.
정진규(1939~) ‘본색’ 전문
나무는 죽은 물고기다. 짜디짠 소금에 절여져있던 굴비. 헌데 놀랍게도 살아나서 퍼들퍼들 낚싯줄에 매달린다. 나뭇가지에 돋아나는 새순을 번득이는 물고기의 비늘로 본 것이다. 하나님이 아니고선 아무도 주관할 수 없는 햇살. 그 분이 보내오신 계절을 견디지 못하고 꽁꽁 감춰뒀던 꽃이랑 이파리들을 내어놨으니, 나무는 고스란히 본색을 들켰다 할밖에. 사람도 이처럼 꼼짝 못하고 본색을 드러낼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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