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2개월 동안 논란이 되어온 Yoko Kawashima Watkins의 회고록 ‘Far From the Bamboo Grove’ (1986년간)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이 책은 저자가 11세였던 1945년 7월 29일부터 이듬해 4월까지 있었던 일을 회고록 형식으로 펴낸 것이다. 2005년 한국에서 ‘요꼬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국내에도 소개되었었다.
현재 이 책이 미주 한인들 사이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유는 첫째, 이 회고록 속에 북한 공산당원들이 일본이 세계 2차 대전에 패망한 후 고향으로 돌아가는 일본인 아녀자들을 무차별적으로, 보복적으로 강간하는 내용이 이 책의 3장에 나오며 둘째, 이 책이 미국 공립학교에서 채택되어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관계를 잘 모르는 무지한 미국인 교사에 의해 보충설명 없이 가르쳐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현재 가주 공립학교 추천도서 목록에 6-8학년용 도서로 추천되어 있다.
이 회고록을 보면 청진시의 나남지역 대나무가 둘러쳐진 집에서, 일본 정부 관리이던 아버지를 둔 평화로운 가정에서 자라던 요꼬와 언니(당시 16세), 어머니는 소련군을 피하기 위해 아무 준비 없이, 정든 집과 대나무 숲을 뒤로하고 부상군인 이송 열차를 얻어 타고 남하하기 시작한다. 도중 북한 인민 공산당원으로부터 언니가 말놀림을 당하고, 또 한차례 피난민 임시수용소 근처에서 다른 일본인 여자를 강간하는 장면을 먼 발치에서 목격한다. 이후, 천신만고 끝에 부산을 거쳐 일본에 도착하나 전쟁 중에 폭탄으로 고향마을 전체가 없어지고 친조부모와 외조부모를 한꺼번에 잃은 것을 발견한다. 그 충격으로 요꼬의 어머니는 죽고 언니와 둘이서 추운 겨울을 버텨나간다. 전쟁 중에 헤어졌던 오빠는 한 한국인 농부 가족의 따뜻하고 정성어린 보살핌으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고, 그 오빠와는 이듬해 봄에야 만나게 된다는 내용이다. 전쟁 중 아버지의 행방조차 모른 채 어머니까지 잃는, 저자의 일생에서 가장 힘겨웠던 시절을 기록했다. 한국동란에 대한 자전적 소설인 최숙렬씨의 ‘Year of Impossible Goodbyes’(1991년간)과 ‘Echoes of the White Giraffe’ (1993년간)를 연상 시키는 작품이다.
필자는 이 책 속에서 전쟁 중에 일어난 일들을, 11세 소녀의 눈으로 보았으며 “세계 2차 대전중 일본인들도 전쟁의 참혹함을 이렇게 겪었구나!” 하고 느꼈다. 이 책 속에 기술된 강간 내용은 산발적이고, 개인 차원에서 일어난 것이었으며 전쟁 중에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고 여겨진다. 저자가 정치성을 갖고 의도적으로 언급한 것은 아니라고 믿어진다. 따라서, 일본정부가 2차 대전중 정신대로 젊은 한국 여자들을 단체로 끌고 간 것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본다. 필자는 이 책속에서 저자의 말처럼, ‘어른들이 만든 난장판에 힘없이 던져진 어린소녀’를 보았다.
그러나 이 책을 계속 추천도서 목록에 남겨 두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역사적 사실이 정확하지 않다. 1945년 해방 당시에는 북한 공산당이 생기기 이전임에도, 이 책속에는 ‘북한 공산당’의 강간행위가 묘사되어 있다는 점과 강간에 대한 묘사가 있는 회고록을 6-8학년 추천도서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불행히도 한국인의 관점에서 쓴, 일제의 만행을 미국인에게 알릴 수 있는 영문으로 된 작품이 없다. 한국동란에 대한 경험을 미국인들에게 알릴 수 있는 전기한, 최숙렬씨의 두 작품을 주 교육구 추천 도서 목록에 올릴 기회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
또한, 이 책의 저자 요꼬처럼 글쓰기를 배워 작문상을 타고, 장차 문학작품으로 한인 이민생활의 기록을 남길 자녀들이 나오기도 기대해 본다. 그리고, 한인교육자들이 이러한 작품들을 읽고, 각 주 교육국의 추천 도서 목록에 올리도록 추천해야 한다. 그 일은 교육자들의 몫이다.
클라라 박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