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한 센텐스로 기억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학’이 발달된 미국에서 대통령을 평가할 때 흔히 나오는 말이다.
‘가장 위대한’이란 수식이 붙는 대통령들 일수록 아주 뚜렷이 한 센텐스로 요약돼 기억된다. 링컨 하면 ‘노예를 해방시켰다’로 기억된다. 워싱턴 하면 ‘독립전쟁’이 따라 붙고.
‘위대한’이란 수식어가 붙는 대통령들은 또 대부분이 그 평가와 걸맞은 명언을 남겼다. 민주주의의 요체를 간결하게 설명했다. 링컨 대통령의 유명한 게티스버그 연설이다.
‘두려움 그 자체를 제외하고는 아무 것도 두려워할 것이 없다’-. 역시 가장 위대한 대통령의 하나로 평가되는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연설 구절이다.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대통령의 화법이라는 게 따로 존재한다고 한다. 대통령은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저속하고 과격한 단어는 절대 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긍정적이고 용기를 주는 화법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오래 기억되는 대통령의 말들은 그러면 수사학적 기교가 뛰어나서인가. 그것만이 아니다. 희망의 메시지도 메시지지만 위대한 정책이 그 말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이야기는 그렇다고 치고, 한국의 대통령들은 어떻게 한 센텐스로 요약돼 기억될까.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나라의 틀을 세웠다’는 센텐스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도 그렇다. 유신조치에, 군사독재 등에도 불구하고 ‘근대화와 경제발전을 이룩했다’는 한마디 말로 기억될 수 있다.
그 다음 대통령들도 나름대로 평가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노태우 하면 북방정책이, 김영삼 하면 문민정치시대 개막이, 김대중 하면 남북 정상회담으로 각각 기억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러면. 노무현 정부 출범 4년을 맞아 여기저기서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 센텐스로 요약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의 기록이 워낙 요란해서다.
국가 안보에서, 정치, 경제, 사회 어느 부문에서도 제대로 된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 다섯 사람 중 넷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이를 말해준다.
거기다가 노 대통령이 구사하는 화법은 독특하기 짝이 없다. 비속어의 남발에, 과격한 언사에, 욱하는 감정 표출이 예사다. ‘노무현스럽다’는 신조어를 낳았을 정도다.
그래도 한 센텐스로 요약한다면 노 대통령은 어떤 평가를 받을까. ‘위대한 정책 없이 위대한 웅변은 없다’-. 이 금언이 진실이었음을 온 몸으로 보여주었다는 평가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노 대통령의 4년-. 뭘 했는지 모르겠고, 저속한 말만 요란히 들린 4년으로 기억돼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