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팔순 할머니가 이혼을 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79세의 최모 할머니는 평생 외도와 폭행으로 자신을 학대한 남편과 더 이상은 못살겠다며 이혼을 결심했고, 서울가정법원은 할머니가 낸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에서 할머니의 손을 들어주었다.
젊은 세대의 시각으로는 “여생이 얼마나 된다고 이혼까지 하나?”싶지만 노년층으로서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하루하루가 귀해서” 이혼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최 할머니의 근 60년 결혼생활은 부당한 희생의 일관이었다. 남편은 여러번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려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 홀로 시부모 모시고 7남매 키우느라 고초가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남편은 생활비도 제대로 주지 않고 ‘딴 살림’에 대해 따지기라도 하면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불행한 결혼의 전형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결혼이지만 남편의 권위가 하늘같던 그 세대에는 그리 낯설지도 않은 모습이다. 현재 중년층 이상 세대는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살림을 살거나 어느날 갑자기 이복형제가 나타나는 류의 사건을 친구의 일로, 친척의 일로, 혹은 자신의 일로 대부분 경험했다.
여자로서 가장 모멸스런 일을 감수하면서도 그 세대의 어머니들은 참고 참으며 가정을 지켰는데, 이제 더 이상은 못 참고 안 참겠다고 선언하고 나서는 것이 ‘황혼이혼’이다.
한국에서 ‘황혼이혼’이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1990년대 후반이었다. 전에는 이혼할 연령으로 생각지도 않아졌던 60대, 70대의 이혼소송 사례가 증가하면서 유행된 말이다. 처음에는 “나이도 있으니 두 분이 해로하시라”는 정도로 소극적 판결을 내리던 법원들도 차츰 노년층 이혼소송에 진지하게 임하면서 여성들이 승소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황혼이혼의 사유는 일반적으로 두가지이다. 하나는 남편의 학대. 젊어서는 남편이 폭행을 하거나 외도를 해도 자녀들 때문에 참았지만 노년에 들어서서는 더 이상 참을 일이 없다는 것이다. 다음은 재산분쟁. 사이 나쁜 부부들이 재산싸움의 일환으로 이혼청구 소송을 한다.
한국에서처럼 요란스런 화제를 타지는 않지만 미주 한인사회라고 황혼기 가정이 안정된 것만은 아니다. 한인커뮤니티 가정상담소들의 상담 내용 중 수위를 차지하는 것은 ‘이혼’이고 상담자들 중 60대, 70대도 적지 않다.
한국의 이혼 사유와 다른 점은 재산분쟁의 비중이 크지 않다는 사실. 그래서 굳이 법적이혼으로 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부부가 별거를 하는 경우는 의외로 많다. 남편은 동부에 살고, 부인은 서부의 딸과 함께 살면서 몇 년씩 얼굴 한번 안보는 부부도 있고, 부부 중 한명은 양로병원으로 들어가 사실상 별거를 하는 케이스들도 있다.
이들 부부가 헤어지는 이유 중 가장 흔한 것은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젊은 시절 남편의 학대. 양로병원의 환자들 중에는 평생 남편으로 인해 속을 썩어서 이제는 얼굴도 보기 싫다며 남편의 방문조차 거부하는 할머니들도 있다. 미국에서는 웰페어로 생활이 보장되기 때문에 노부부가 갈라서는 일이 더 쉬운 측면이 있다. 노년에 행복하려면 다른 방도가 없다. 젊어서 배우자에게 잘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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