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밤잠을 못 자게 해다오.
손에 땀을 쥐고 기대하던 열망으로
잠을 못 이루던 때의 얼굴을.

쉽게 잠들지 못하던 밤에
눈앞에 구슬같이 모이던 나라,
문학도 흙도 당신도
다시 살아나 은밀하게 말을 거는
귀중한 생각의 시간을 돌려다오.

돌려다오, 우리가 늙지 못하던 시간을,
머리 위에서는 한 실상이 되어 끓는
뜨거운 변화의 황홀을 돌려다오.

계산기로는 간단히 결산되는 이름,
그 이름의 배경을 빠져나오는 미분자,
불면의 밤의 꽃들을 돌려다오.

마종기(1939~) ‘불면의 시절’ 전문

무언가가 찾아와 끊임없이 말을 걸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구슬처럼 굴러와 내 감성을 딱딱 일깨웠던, 환청처럼 찾아와 내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들었던 것들. 싸늘하게 열정이 식은 몸으로 뒤척이는 밤이 잦아진 나는 가끔 이 시를 중얼거린다. 늙지도 못할 정도로 나를 괴롭혀대던 그 시간을 제발이지 돌려달라고.

한혜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