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 온건한 성장을 해온 미국 경제가 금년 들어 불안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실물경제 측면에서 GDP의 2006년 4/4분기 성장률이 연 3.4%를 예측했던 것이 실제 2.2%밖에 안 됐고 소비지출도 4.4% 예측이 4.2%로 떨어졌으며 내구재 주문도 금년 1월 전달에 비해 7.8%나 하락한 통계가 이를 보여 준다. 전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이 “2007년 마지막에 불황이 예상된다”라고 회의석상에서 전망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발언이다.
금융시장도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준다. 뉴욕 주식시장의 다우존스 산업지수가 중국 증시의 9% 폭락에 힘입어 2월 27일 하루에 461 포인트나 떨어지고 그 이후에도 베어마켓의 증후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지금 보여주고 있는 저성장과 불안한 주식시장이 앞으로 더 걱정스러운 것은 커다란 위기를 가져올 잠재력을 갖고 있는 요소, 즉 모기지 시장의 위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나빠지기 시작한 주택시장이 금년 들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신축주택 판매가 금년 1월에 13년 만에 가장 낮은 16.6%나 떨어졌고 전 주택판매는 20.1%나 폭락했다. 주택시장의 불황은 자연히 모기지 시장의 불황으로 연결된다. 모기지 시장의 위험이 크면 클수록 국민경제와 국내외 재정시장에 파급되는 영향력은 커질 것이다.
모기지 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분야는 불량 모기지 시장(Subprime Mortgage Market)이다. 신용 불량자를 대상으로 한 이 모기지 시장의 규모는 작년 신규 모기지 대출 3조2,000억 달러의 20%인 6,000억 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크기이다. 1990년대 말에 하이텍 붐으로 인하여 닷컴 프로그래머들이 백만장자가 되었던 것과 같이 불량 모기지 대출의 폭발적 증가로 인하여 모기지 은행과 브로커들이 멀티 밀리어네어가 되었다.
불량 모기지 시장의 위기는 두 가지로 미국과 세계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금년과 내년 모기지 부도율이 지난 경기침체 때보다 훨씬 높은 3%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불량 모기지 위기로 부정적 영향을 끼칠 첫째 분야는 소비이다. 주택시장의 붐은 주택 소유자의 부를 높여주고 높아진 부로 인하여 소비의 증가를 초래하게 되었다. 불량 모기지의 위기는 소비를 줄어들게 한다. 이로 인해 GDP 성장을 대략 0.5%~1.5% 낮추는 결과를 가져온다.
둘째, 불량 모기지의 위기가 초래하는 부정적 영향은 금융시장에 더 큰 타격을 준다. 신규 모기지 3조2,000억 달러를 포함한 2006년도 모기지 시장은 7조5,000억 달러에 이르고 이는 세계 사채시장의 규모인 37조5,000억 달러의 20%이상을 차지한다. 세계 사채시장의 20%이상을 차지하는 모기지 시장이 불량 모기지의 위기로 인하여 전체 모기지의 위기로, 더 나아가 세계 사채시장의 위기로 확산되게 된다면 10년 전 아시아와 러시아의 외채부도로 세계시장이 위기를 맞았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발할 수도 있다.
불량 모기지 시장 위기의 조짐은 아직 시장에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숨겨진 폭탄으로 잠재해 있다. 앞으로 미국 경제의 건전한 성장이 이루어져 모기지 시장의 위기를 잠재울 수 있을 지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백 순> 연방 노동부 선임경제학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